네트워크PC 세상은 이상이었나

기존 컴퓨터 시스템을 해체하며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잔뜩 기대를 모았던 네트워크 컴퓨터(NC·NETWORK COMPUTER)가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30일 컴퓨터업계에 따르면 NC를 제안한 3각 축 가운데 하나인 미 IBM이 NC사업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NC는 지난 96년 IBM과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애플, 넷스케이프 등이 「PC시대는 끝났다」고 공언하며 제시한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 일반 유저는 모니터와 키보드만 있으면 되고, CPU(중앙처리장치)와 기억장치 등 컴퓨터 본체는 통신을 통해 대형 중앙컴퓨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IBM 등은 각종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마다 중앙컴퓨터에서 내려받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NC가 전산투자비는 물론 관리비를 절반 이상 줄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NC가 출시되자 사용자들의 인식 부족에다 기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그동안 판매가 극히 부진했다. 또 응용 소프트웨어가 턱없이 부족하고 가격도 예상보다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IBM은 든든한 파트너인 로터스가 최근 NC의 핵심 응용 SW인 「E-슈트」사업에서 철수키로 해 사실상 이 사업 유지가 어려워졌다. E-슈트는 NC의 핵심 소프트웨어로 자바(JAVA) 기반의 오피스프로그램인 「워크플레이스」와 개발자용 툴로 구성돼 있다. 로터스는 NC시장이 크게 위축자 그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터스는 또 100여명에 달하는 E-슈트 개발팀을 곧 해체키로 했다. IBM은 이 때문에 곧 NC사업 포기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라클도 판매가 지지부진하자 NC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1년 전 그만두고 사업중심을 리눅스로 전환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한국IBM은 NC사업팀이 활동을 중단했고, 한국오라클도 응용 SW 한글화작업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기업중 유일하게 참여했던 LG전자도 NC사업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NC는 혁신적인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아직 MS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NC와 유사한 개념의 새로운 컴퓨터시스템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등장한 웹톱(WEB TOP)도 이중 하나다. 반면,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여전히 NC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대조적이다. 선은 9월중 NC 신제품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문병도 기자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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