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투수 류현진(27·LA 다저스)과 다나카 마사히로(26·뉴욕 양키스). 두 '아시안 특급'이 나란히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다저스 2대3 패·연장 10회)에 선발 등판, 6이닝 2실점했다. 시즌 네 번째이자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1대2로 뒤진 상황에서 내려와 홈 첫 승은 미뤘지만 강판 뒤 한때 동점이 되면서 패전은 면했다. 안타 9개를 맞으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한 류현진은 3승1패에 평균자책점을 2.12(종전 1.93)에서 멈춰 세웠다. 탈삼진과 볼넷은 3개와 2개. 양팀 선수단과 4만4,000여 관중은 경기 전 묵념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했다.
'거물 신인' 다나카도 3승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날 펜웨이 파크 원정에서 라이벌 보스턴을 상대(9대3 양키스 승)하고도 7.1이닝 7피안타 2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점수는 4회 연속타자 홈런으로 내준 것이 전부였고 볼넷 없이 삼진을 7개나 솎아냈다. 시즌 성적 3승0패에 2.15. 리그는 다르지만 각각 한국프로야구와 일본프로야구의 자존심을 건 류현진과 다나카의 마운드 대결에 불꽃이 일고 있다.
한편 전날 발목을 다쳐 23일 경기에 결장한 추신수(32·텍사스)는 사흘을 쉬고 이르면 26일 시애틀전에 복귀한다.
◇맞혀 잡는 류현진, 탈삼진 머신 다나카=류현진은 전형적인 맞혀 잡는 스타일이다. 땅볼 유도가 많다. 지난해 병살 유도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3위(26개)에 올랐던 류현진은 올해도 6경기에서 4개를 유도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땅볼 처리를 앞세운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3회 무사 1·2루에서 지미 롤린스를 3구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말론 버드를 맞아 유격수 쪽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4회 1사 1·3루 위기도 연속 땅볼로 무실점으로 넘겼다. 하지만 5회 1사 1·2루에서 버드에게 적시타를 맞고 하워드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2점을 주고 말았다. 선두타자 AJ버넷을 안타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상대 선발투수 버넷은 류현진을 3타수 3안타로 괴롭혔다. 류현진이 투수에게 한 경기 2안타 이상을 맞기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경기 후 류현진은 "상대 투수에게 3안타를 맞은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반대로 다나카는 탈삼진 전문가다. 4경기만 던지고도 35개를 뺏었다. 6경기를 던진 류현진의 탈삼진 개수(28개)보다도 많다. 데뷔 4경기에서 35탈삼진은 양키스 구단 신기록. 4경기 동안 29.1이닝을 던졌는데 볼넷은 단 2개다. '면도날' 제구를 뽐내고 있는 다나카는 일본에서의 28연승에 메이저리그 3연승을 더해 31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 다나카의 스플리터=류현진의 주무기는 체인지업 중에서도 서클 체인지업. 엄지와 검지의 끝을 모아 'OK' 모양으로 만든 뒤 던지는 변화구다. 미국에서도 서클 체인지업을 잘 던지기로 손꼽히는 류현진은 올 시즌은 슬라이더의 날카로움까지 더해 15승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다나카는 직구 다음으로 스플리터를 많이 던진다. 검지와 중지를 벌려 던지는 변화구가 스플리터. 체인지업보다 빠른 것이 특징이다. 다나카의 스플리터가 특히 무서운 것은 직구보다 평균 7㎞밖에 느리지 않아서다. 직구와 똑같은 릴리스로 날아오고 구속으로도 구분이 힘든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마지막에야 초속 5m로 급강하해 타자들을 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