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이 국가흥망 가른다] "쿠데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지난해 외국기업들 투자 32%나 줄어

지난 27일 태국 북부 프래주(州)의 무앙에서 이 지역의 '레드셔츠(red shirts)' 지도자인 우돔숩 타무앙이 숨진 채 발견됐다. 레드셔츠는 지난해 태국 공항을 점거하는 등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여 7월 조기총선을 이끌어낸 푸어타이당의 지지자들을 일컫는다. 현지 언론들은 "장관 등 정부 요직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레드셔츠 지도자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었다"며 "측근정치(cronysm)가 여당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 경제전문가들은 포퓰리즘과 더불어 태국의 불안한 정치 상황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꼽는다. 태국에서는 지금까지 19차례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정권을 뒤집어왔다. 잉락 친나왓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도 쿠데타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문제는 이처럼 정치 불안이 이어지며 외국 기업들의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태국투자청에 따르면 극심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지난해 외국인투자(FDI)는 2,361억밧(78억7,000만달러)을 기록해 전년 대비 32%나 줄었다. 방콕의 한 대학 교수는 "태국의 정치 상황은 내일 당장 쿠데타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며 "외국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퓰리즘이 발호한 배경도 이러한 정치 불안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푸어타이당과 민주당 등 정치세력과 군부 등이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이면서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입는 셔츠 색깔로 스스로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태국만의 독특한 문화는 복잡한 정치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면이다. 레드셔츠는 탁신 전 총리와 그의 여동생인 잉락 신임 총리의 지지자들이며 이들과 대척점에 선 옐로셔츠는 2006년과 2008년 거리를 점령해 탁신 전 총리를 축출한 왕정주의 세력이다. 이밖에 그린셔츠는 군부와 그 지지자들을 의미하며 군인 중에서도 탁신 정권에 호의적인 세력은 '수박(겉에는 그린셔츠를 입지만 속은 빨갛다는 뜻)'으로 분류된다. 또 옐로셔츠 쪽과 가까운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멀티컬러(Multi-Coloured)셔츠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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