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98경제] "구조조정사전에 `철밥통' 없다"

공기업에 다니는 金모부장(44)은 외국에 나가 일할 곳을 찾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요즘 경력좋은 사람 넘쳐요. 일자리 찾기가 어렵네요』라는 말 뿐이다.金부장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가 유명대학인 콜럼비아대학에서 토목관련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89년 귀국했다. 당시 미국에서도 오라는 곳이 많았지만 고국에서 일하고 싶어 과장으로 지금의 직장에 특채됐다. 10년이 흐른 지금 金부장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올들어 휘몰아친 구조조정의 태풍에 동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는 것을 지켜봤고 이제는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안정직장으로 불리던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에서도 올해 20여만명이 직장을 떠났다. 더 이상 「철밥통」은 존재하지 않게된 것이다.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19개 공기업의 경우 16개 기업이 올 인원조정 목표를 이미 100% 달성, 1만2,608명이 직장을 떠났다. 이들 기업의 자회사까지 합할 경우 공기업에서 직장을 잃은 사람은 1만5,400명으로 늘어난다. 금융권에서도 올해 6만여명이 직장을 잃었다.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은행에서 3만명, 6개 퇴출은행에서 1만여명, 증권·리스·보험 등 제2금융권에서 2만여명이 정든 직장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말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한국통신에서도 앞으로 1만2,000여명이 더 나가야 한다. 공무원사회에서도 정년보장이라는 철칙이 무너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은 올해 기구 통폐합으로 7,743명이 줄었으며 2000년까지 1만여명이 더 줄어든다. 이와함께 명예퇴직자는 지난해 861명에서 8,300여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정년단축 및 정년연장 철회 등으로 8,000여명이 공직을 떠났다. 총 35만여명인 지방공무원은 이 가운데 12%에 달하는 4만2,000여명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철밥통사회의 퇴출바람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기획예산위원회의 지침대로라면 19개 공기업에서 퇴출해야 하는 근로자는 2만8,000여명으로 올해 나간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1만3,000여명이 더 나가야 한다. 2000년까지 국가공무원은 1만여명이, 지방공무원은 6만3,000여명이 직장을 읽게 된다. 은행권의 경우에도 합병이 진행되고 있어 추가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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