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신 배당만 늘린 '유보금 과세'

■ 코스피200 기업 결산 분석
현금배당 22%↑·투자 6.7%↓
과세액도 34곳에 1696억 그쳐


정부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투자·배당·임금에 사용하도록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한 후 코스피200 기업들의 배당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기 불확실성에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손쉬운 배당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 산하 기업지배구조원에 의뢰해 코스피200 기업의 2014년 결산보고서(3월 결산법인인 일양약품을 제외한 199개사)를 분석한 결과 200개 기업의 총배당액은 14조429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103년 11조4,358억원 보다 무려 22.8% 급증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투자액은 67조7억원에서 62조5,003억원으로 6.7% 감소했다. 임금은 67조1,336억원에서 70조1,394억원으로 4.4% 늘었다.

코스피200 기업들의 배당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통해 올해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해당 사업연도에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일부를 투자나 배당, 임금 상승분에 사용하지 않고 사내에 쌓아놓은 유보금에 10%를 과세하는 제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행은 올해 사업연도분에 과세가 이뤄지는 내년부터지만 이미 기업들의 투자나 배당·임금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코스피200 기업 중 17%(34개)만 과세 대상으로 나타났다. 과세총액은 1,696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과세의 칼을 피했다. 또 과세 방식 중 A타입(투자 방식)을 선택할 경우 수백억원이 과세되지만 B 타입(투자 제외 방식)을 선택하면 과세되지 않거나 금액이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실제 과세가 이뤄지는 올해 사업연도에 배당을 더 늘리고 사정상 이마저 마땅치 않을 경우 세금을 맞지 않도록 내년 3월 법인세 신고 때 다수 기업이 B타입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한번 선택하면 과세기간(2015~2017년)인 3년 동안 바꿀 수 없다. 그러므로 과세의 칼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투자·배당·임금 등의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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