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초유의 대통령 기록물 실종 사태를 놓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다는 증언에 무게를 싣고 검찰 수사 의뢰 등 후속 조치 검토에 나섰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사초(史草) 실종 사건의 책임을 야당에 두며 "국기문란의 중대한 사태로 관련자는 꼭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화록 폐기 의혹을 전날 제기했던 민주당은 공세를 멈추고 '일단 찾아보자'며 신중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대화록이 전자문서로 이관됐다"고 거듭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22일까지 지켜봐야겠지만 모든 정황을 종합해볼 때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화록이 실종된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는 사초가 없어진 국기문란의 중대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22일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그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관련자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 원내대표의 강경 발언 배경에는 전날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이 국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넘겨받은 자료 목록에 대화록이 없었다"고 밝힌 것이 결정적 영향을 줬다. 그는 "기록원 측이 '대통령 기록물이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그대로 이관됐다면 기록유실 및 삭제는 있을 수 없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대화록이 없다면 참여정부에서 이것을 폐기하고 기록원에 넘겨주지 않았을 가능성에 훨씬 더 무게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폐기해 얻을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대화록 열람위원인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대화록을 생산하고 자료를 갖고 있던 정부 책임자들은 민주당 소속의 참여 정부와 민주당과 관계된 분들"이라며 대화록 증발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대여 공세를 자제하면서 '대화록 찾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살리기에 힘썼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더 찾아보기로 합의한 만큼 기다려보겠다"고 했고 전날 '이명박 정부 폐기론'을 제기한 전병헌 원내대표도 "지금은 예단과 억측을 할 게 아니라 정본을 찾고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열람해야 할 때"라고 신중한 태도로 한 발 물러섰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대화록 실종 사태와 관련한 인터뷰 및 방송 출연 자제령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참여정부 청와대가 넘긴 대통령 지정기록물 '자료 목록'에 대화록이 없었다는 국가기록원장의 증언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재차 "분명히 이관했다"고 주장하며 "대화록은 이지원을 통해 전자문서로 이관됐고 따라서 대화록이 지정서고 목록에 없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 대표는 국정원 국조와 관련, "늦은 만큼 더욱 분발해 국민의 의혹을 속 시원하게 해소해주기 바란다"며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중심 인물인 원세훈씨는 반드시 증인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