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SK㈜, SK텔레콤 계열분리해야”

외국계 증권사들이 SK㈜와 SK텔레콤을 SK그룹에서 계열 분리해야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SK㈜의 최대주주인 크레스트증권이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릴린치증권과 도이치증권은 SK글로벌 사태와 관련해 SK텔레콤과 SK㈜가 각각 SK그룹에서 독립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최상의 시나리오이며 이 경우 SK글로벌에 대한 불필요한 지원 부담도 사라져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영국계 투자사인 크레스트증권의 속성을 국내 증권사보다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이 같은 주장은 크레스트 측의 향후 행보를 예측할 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증권전문가들을 분석했다. 도이치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이 그룹에서 분리될 경우 잉여현금은 4,220억원에서 1조 1,230억원으로 증가하고 순부채는 4조 1,870억원에서 3조 4,860억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SK텔레콤이 계열 분리되면 SK글로벌에 대한 지원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도이치증권은 전했다. 메릴린치증권도 SK글로벌 사태와 관련, SK㈜와 SK텔레콤이 지분 매입 등 지원방안을 마련할 경우 이들 2개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전무는 “SK글로벌에 대한 지원방안으로 SK㈜와 SK텔레콤이 각각 주유소 네트워크와 SK텔레콤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는 SK㈜와 SK텔레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증권사 사장은 이날 “크레스트 측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SK그룹의 SK글로벌 지원방안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이미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크레스트가 SK㈜와 SK텔레콤의 계열분리를 주장하는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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