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또 우승했다. 시즌 초 일찌감치 2승을 올린 뒤 김미현-박희정-김미현의 3주 연속 우승을 지켜보더니 이제 다시 승수 사냥에 나설 모양이다. 지난 달 22일 자이언트 이글 클래식부터 이번 벳시킹 클래식까지 6주동안 한국 선수들이 올린 승수는 4승. 시즌 초 박세리의 2승까지 합치면 한국 여자 골퍼들은 지난 7개월여 동안 미국 정규투어에서 6승을 거뒀다. 최경주의 컴팩클래식 우승까지 합치면 한국 선수들의 올 시즌 미국투어 승수는 모두 7승에 달한다. 이렇게 이역만리 먼 땅에서 분투하는 선수들 덕에 국내 골프 팬들의 수준이 꽤나 높아졌다. TV 중계를 통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저 상황에서는 볼을 좀 더 띄워야 한다'는 식의 전문가 못지않은 분석까지 척척 해낸다. 보는 눈이 높아지면 실력도 느는지 최근에는 평균 70타 대를 치는 싱글 핸디캡 골퍼들도 상당히 많아졌다. 한국골프의 세계화는 좋은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골프 외면이라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골프'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 팬들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는 관심도 없는지 미국 경기만 화제로 삼아 국내파 선수들의 기를 죽인다. 미국 대회는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국내 경기는 녹화 중계된다. 기업들은 외국 유명 선수가 출전하는 대회 아니면 대회 스폰서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마디로 '한국 골프, 볼 것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 정상급이고, 그걸 지켜 본 국내 팬들의 눈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이제 도입 100년이 갓 넘은 국내 골프계와 1700년대 후반 영국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면서 역사가 시작된 미국 골프계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미국 골프계가 대회 수나 상금, 선수 층과 기량 등 지금의 규모를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고, 스폰서들의 노력과 수많은 골프 팬들의 사랑이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도 눈만 높은 팬들이 아니라 순수하게 골프계 발전을 후원하는 스폰서,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에 탄성과 갈채를 보내는 갤러리가 필요한 때가 왔다.
김진영<생활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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