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바로 안전성 입니다. 도시계획 차원에서 방재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방재시스템을 일부만 도입해서는 큰 효과가 없으며 전방위 체제를 구축해야 재해에 강한 `방재 도시`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도시방재 전문가인 국립방재연구소 김현주 박사는 도시계획단계에서부터 방재를 고려한 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도시를 건설한 후에 발생하는 재난에 대해서 일부 방재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땜질식 처방`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WTO가 도시건설 4대 요건 중 건강성, 쾌적성, 편리성 보다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방재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부적한 점이 많다는 게 김 박사의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현대화를 이루면서 도시를 빨리 건설하는 데만 치중했지 안전하게 건설하는 데는 소홀해 왔다”며 “이로 인해 최근 들어 매년 수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도로 및 건물을 지으면서 불투수 층이 급속히 확산되고 이로 인해 배수ㆍ하수 용량이 부족해 서울 및 대도시에서는 매년 물난리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똑 같은 피해를 매년 입고 있다는 점. 해결하는 방식 역시 똑같다. 정부의 무상원조와 시민들의 성금을 모금해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김 박사는 “지난 오키나와에서 태풍발생시 인명피해는 고작 1명이었다. 이는 일본이 매년 재해를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을 마련해 왔기 때문”이라며 “루사의 경우 피해액이 6조원, 복구비만도 9조원에 달한다. 이중 일부만이라도 선투자를 했다면 피해액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담는 그릇`이라는 점에서 도시방재 역시 일부의 전문가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 박사는 “도시 방재는 건교부, 환경부, 산자부, 정통부 등 많은 부서가 연관돼 있는 만큼 다양한 부처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 부처간, 전문가들간의 수평적 협력이 잘 안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도시방재가 도입되고 있다. 교통영향평가처럼 지난 90년 이후 도입된 재해영향평가 제도는 개발에 따른 재해발생 대책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도시기본계획 수립시 지침에 따라 방재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김 박사는 “아직까지도 세부규정에 불명확하다거나 이미 계발계획 수립 후에 평가하는 등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행정당국 및 시민들이 방재에 대한 인식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