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日 전자업계의 부상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기고] 日 전자업계의 부상 김재윤 김재윤 일본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분기 성장률이 6%를 넘어서며 8분기 연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호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디지털 가전의 붐에 힘입은 바 크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디지털카메라ㆍDVD레코더ㆍ박형(Flat panel) TV와 휴대폰 등 네 가지의 디지털 제품이 지난 2003년 일본 광공업생산 증가율에 12.6% 기여했고 소비증가율 1.1%의 절반을 담당했다. 최근 일본의 선전(善戰)은 이들 제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반도체 11년만에 美추월 전자산업의 바로미터인 반도체에서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역전당한 지 11년 만에 다시 미국을 추월하며 세계 최고의 생산국으로 재부상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인 초고속인터넷에서도 일본의 도전이 거세다. 얼마 전 발간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자료에 의하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광통신망의 보급을 이루고 있다. LCD 분야도 마찬가지다. 98년 이래 한국기업에 투자의 주도권을 빼앗겼던 일본 샤프는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6세대 LCD라인을 준공하고 연이어 2기ㆍ3기 공장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거의 포기하는 듯 보였던 메모리 DRAM 분야에서도 엘피다가 5,000억엔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300mm 웨이퍼 기반의 DRAM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이 잘한다고 생각했던 분야에서 일본이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를 통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제 일본기업과 정부가 더 이상 한국이 추격할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보호를 확실하게 하자는 움직임이 그 하나다. 얼마 전 일본 WEDGE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SDI와 후지쓰간의 PDP 특허분쟁, 하이닉스에 대한 일본 초유의 상계관세 부과, 그리고 삼성과 합작했다는 이유로 일본 산학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소니의 사례 등 모두가 일본의 대한(對韓) 경계론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돼 업계 상호간 감시를 통해 기술유출을 막자는 논의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논과 같은 기업은 치공구나 설비를 통해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형까지도 자체제작을 할 정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다. 샤프처럼 LCD 관련 기술을 아예 특허로 출원하지 않음으로써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있는 여지마저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기업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90년대까지 일본 전자기업들은 방어적이었고 업체간 협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대형투자가 필요한 LCD나 반도체 등에서 과잉을 우려해 투자시기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업계가 투자를 주도해 후발국의 추격의지를 꺾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캐논ㆍ산요ㆍ소니 등 빅3를 중심으로 50% 이상 공급능력을 확대해 경쟁자들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한국 위기의식 갖고 대처를 한국이나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장기(長技)인 핵심부품이나 소재들을 장악해 기술혁신과 제품발전의 속도를 조절하려 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례로 카메라폰에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빠르게 제품혁신을 이뤄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운영체계ㆍ마이크로프로세서 등 미국이 주도하는 분야에서도 기술투자 확대를 통해 독자적인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일본업체에 대해 우쭐한 자신감에 취해 있었다. 瞿뼈?잃어버린 10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실력 있는 강자가 더욱 다져진 각오와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힘차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 같은 점에서 우리 전자업계는 지난날의 성과가 일정부분 경쟁자의 부진에 기인했다는 냉철한 인식 아래 거품을 걷어내고 진정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긴장 속에서 말이다. 입력시간 : 2004-06-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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