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녹색성장 정책이 찬밥신세다. 당시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로 2013년 17조7,000억원에 달했던 녹색금융 규모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감소세가 뚜렷하다. 현재 12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고 지원성과도 미미하다. 저탄소·친환경 산업 지원용으로 수출입은행이 발행했던 녹색채권은 2013년 2월 이후 발행실적이 없다.
지식경제부가 조성한 1조원 규모 녹색정책펀드의 투자실적도 지금까지 326억원에 불과하다. 정책금융공사의 녹색 직접대출, 산업은행의 기후금융대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법이나 제도 정비, 기술·인력 양성 등에 대한 장기 계획도 없이 단기 실적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이벤트에 집중했으니 정권이 바뀌자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현 정부의 기술금융이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기술중기' 육성이라는 도입 취지가 바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시작된 기술금융은 외형만 봐서는 성공작처럼 보인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2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녹색금융의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신규 대출은 33%에 그치고 기존 대출기업 지원이 60% 이상이다. 정부의 압박 때문에 은행들이 기술력 평가보다는 안정성 위주의 대출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늬만 기술금융' '기술금융은 갈아타기 금융'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법하다.
기술금융도 자칫 또 다른 녹색금융이 될 수 있다. 기술금융이 제대로 된 정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부터 실적 쌓기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