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가 될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온실가스 감축비율을 현 아소 다로 정권보다 강화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아소 정권이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8% 줄이겠다고 밝혔던 것에 비해 하토야마 대표는 25%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경제가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이러한 전향적 조치를 취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로써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구성원이라는 신뢰를 얻었다. 또한 민주당은 앞으로 자민당에 비해 재계의 눈치를 덜 보며 소신을 지킬 것이라는 점을 일본 국민에게 인식시켰다.
특히 하토야마의 이번 발표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 회의에서는 주로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자국산업 보호와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목표 합의 문제에 한발씩 빼놓고 있어 최종결과를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이람 라메시 인도 환경장관은 최근 선진국들이 더 엄격하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국의 입장을 강변했었다.
당초 인도와 중국은 일본의 온실가스 감축비율을 40%로 높게 주장했고 유럽도 일정 조건을 전제로 30% 수준을 요구했다. 일본은 이들의 요구보다는 낮지만 대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을 감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25% 감축은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에서 국제사회가 감축량 설정에 합의했을 경우에 실행한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다.
물론 실제 실행에는 여러 난관이 남아 있다. 만약 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를 못 이루면 일본은 감축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공언한 감축비율 목표가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일본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기로 유명하지만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의 합의 기준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감축비율 목표만 제시됐지 이를 실현할 구체적 로드맵 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일본 산업에 큰 악영향이 끼칠 것이 예고된다. 게이단렌(經團連)을 비롯한 일본 재계는 엄격한 감축목표가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기후변화협약을 앞두고 선진국으로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 다른 국가들도 이제 일본을 따라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