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흑55로 움직였다

제8보 (112∼158)


백12는 안형의 급소에 해당한다. 장쉬는 도처에 있는 자기 진영의 약점을 돌보지 않고 상대방의 대마에 창끝을 들이대고 있다. 자기의 약점을 돌보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리한 판세를 뒤집을 도리가 없으므로 무조건 상대방의 거대한 대마의 심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백12 대신 하변이나 좌변의 어딘가에 백이 손질을 한다면 흑은 참고도1의 흑1, 3으로 깨끗하게 살아버릴 것이다. 흑13으로 대마의 궁도를 넓힐 때 백14로 둔 것은 하변의 약점을 간접적으로 커버한 수순. 동시에 중원의 흑대마를 멀리서 은근히 엿보고 있다. 흑15는 하변의 흑 한 점을 구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수. 흑25가 놓이자 중앙 흑대마는 비로소 완벽하게 산 모습이다. 백30으로 쳐들어간 것은 오래 전부터 읽어둔 수순. 흑43까지는 외길 수순이다. 백52는 시급한 손질. 이 수를 게을리하면 백대마가 간단히 잡힐 것이다. 마침내 요코다는 흑55로 움직였다. 승리의 못질과 같은 수였다. 장쉬가 58에 젖혔을 때 요코다는 초읽기에 몰렸다. 검토실에서는 흑이 참고도2의 흑1에 내려서는 수가 있을까를 놓고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백2면 흑3이하 7로 두어 기분좋게 연결이 되지만 하변 왼쪽의 흑대마가 잡힐 것이다. 그렇다면 흑은 참고도2의 흑1로 둘 수가 없는 것일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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