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KTF와 이례적인 대규모 공동 판촉행사에 나서 SK텔레콤 등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40일간의 영업정지로 손발이 묶여있는 SK텔레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한동안 잠잠했던 삼성전자-SK텔레콤간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KTF는 300만ㆍ200만화소폰 등 삼성전자의 첨단 휴대폰 4종을 구입해 KTF로 신규 가입하는 고객 중 무려 300명을 뽑아 동남아 여행을 보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양사는 모든 애니콜 휴대폰으로 KTF에 신규가입하면 90명에게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함께 내걸었다. 또 양사는 간판 CF모델 권상우ㆍ강동원을 전면에 내세운 대대적인 광고전도 동시에 펼치고 있다.
KTF 측은 이와 관련 “클린 마케팅 기조를 유지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많이 아꼈기 때문에 이 같은 대규모 고객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9월 한달간 진행되며, 판촉 비용은 대부분 KTF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측은 내심 불쾌해 하고 있다. 자사 영업정지 기간에 때맞춰 삼성전자가 KTF에 강력한 ‘무기’를 쥐어준 것은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지난 7~8월 신규 단말기 공급, SK텔레텍의 사업 확대 등의 이슈로 한동안 맞부딪치다 양사 최고경영자가 진화에 나선 뒤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잠복해 왔다.
SK텔레콤의 관계자는 “이동통신사가 특정 제조사의 휴대폰을 사는 고객에게 도가 지나친 경품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니까 드라이브를 거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KTF에서 프로모션 요청이 들어와 협력한 것일 뿐 SK텔레콤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시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묘한 시기에 미묘한 프로모션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며 “소문 처럼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사이가 안좋긴 안좋은 모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