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제3보(25∼37)



흑25는 절대수. 반드시 이렇게 날일자로 미끄러져야 한다. 꿋꿋하게 둔답시고 참고도1의 흑1로 밀면 큰일이 난다. 백2로 하나 밀어놓고서 4,6의 이단젖힘이 회심의 강타로 등장하는 것이다. 백의 그 다음 행마가 어렵다. 일단 백26으로 하나 더 민 것은 이것 또한 절대수에 해당한다. 좌상귀 방면에 흑돌이 미리 와있고 우하귀 방면에도 흑돌이 미리 포진해 있는 터이므로 백도 큰소리를 칠 입장이 아니다. 조심조심 수습해야 한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이창호는 백28로 젖히는 수를 선택했는데…. 원래는 참고도2의 백1로 씌우는 것이 정석이다. 가쓰모도씨가 자세히 설명한 대국세해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하귀 방면에 흑돌이 없을 경우의 얘기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백1로 씌웠다간 흑2,4의 반격을 당할 것이 뻔하다. 백은 일단 5로 뻗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 흑이 6,8로 젖혀이으면 백의 응수가 곤궁하게 되는 것이다. 백9로 보강하면 흑10,12로 우상귀의 대마가 함락된다. 그렇다고 백9로 우상귀를 살리면 흑이 A에 눌러서 우변이 모두 흑의 확정지가 될 것이다. 백이 30으로 둔 시점에서 흑도 고민이다. 강동윤은 실전보의 31로 날일자 행마를 하는 패기를 보여주었는데 이창호는 즉시 백32,34로 끊어 버렸다. "시끄럽게 됐습니다. 난해한 몸싸움이 예상됩니다."(윤현석9단) "흑이 너무 용감하게 둔 것 아닐까. 흑31로는 33의 자리에 참아두었어야 하지 않았을까."(필자) "그렇지는 않아요. 끊길 때 끊겨도 이 장면에서는 흑31이 당연해요."(윤현석) 흑37까지는 외길수순. 백의 다음 수는 어디가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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