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중단됐던 우리 군의 서해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이 20일 예정대로 실시됨에 따라 북한의 추가 도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군당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육해공군의 모든 전력을 비상대기시킨 채 이날 오후2시30분부터 4시까지 약 1시간30분간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은 군의 예고기간(18~21일) 나흘 중 사흘째 이뤄졌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모든 편제화기가 동원된 해병대 연평부대의 이번 훈련구역은 가로 40㎞에 세로 20㎞의 연평도 서남방 지역이다. 통상적으로 이 구역을 향해 훈련을 실시한 만큼 이날 훈련은 지난달 23일 훈련의 연장선상이라는 게 군당국의 설명이다. ◇K-9자주포 등 편제화기 모두 동원, 전군 비상대기=그렇다면 사격훈련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군당국에 따르면 훈련에는 K-9자주포를 중심으로 105㎜ 견인포, 벌컨포, 그리고 81㎜ 박격포 등 연평부대에 배치된 대부분의 무기가 사용됐다. 앞서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기 직전에도 4시간 동안 연평부대는 K-9 자주포 고폭탄을 비롯해 수천 발의 포격을 발사했다. 다만 당시 11종 3,657발을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모든 포탄을 소진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날 훈련에서는 잔여량 2,000여발가량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참의 한 관계자는 "훈편 포탄의 양을 잔여량으로 못박지는 말아달라"며 신중을 기했다. 다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새로 증강 배치된 다연장로켓(MLRS)과 대공(對空)미사일 '천마' 등은 훈련에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은 또 고공정찰기와 대포병레이더 등을 가동시켜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했으며 우리나라 첫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톤급)을 비롯한 한국형 구축함 (KDX-Ⅱㆍ4,500톤급) 2척을 포함해 총 10여척의 대형 함정을 서해상에 전진배치했다. 대형 함정을 전진배치한 것은 유사시 원거리 타격 및 항공기 요격 임무를 수행하려는 조치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군의 경우 대구기지(제11전투비행단)와 경기도 수원기지(제10전투비행단), 성남기지(제15혼성비행단) 소속 F-15K 및 KF-16 전투기가 비상 출격태세를 유지했다. 의료진도 비상대기했다. F-15K에는 사정 278㎞의 지상공격용 미사일 AGM-84H(슬램이알)와 사정 105㎞의 AGM-142(팝아이)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해상과 공중에서 첨단무기를 동원하는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자위권 차원에서 공격원점까지도 정밀 타격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한미군 20여명(지휘통제ㆍ통신ㆍ의료지원)과 군사정전위원회 및 유엔사 회원국 대표 9명이 연평도에서 훈련을 참관했다. ◇NLL 사수 의지 '천명'… '단호대처' 국민 공감대도 한몫=군이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우리 영해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주권적 권리'와 사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포격 협박이 결국에는 서해 NLL을 무력화하고 서해5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으로서는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일종의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연평도 포격에 따른 군과 민간인 사상자 발생 후 "북한의 무력도발과 협박에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군은 포탄이 NLL 10㎞ 이상 남쪽으로 떨어지도록 사격해왔다며 지난 1974년 이후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10차례 정도 훈련을 했고 올해 들어서는 8월에 두 차례 9월에 한 차례 사격훈련을 했다"며 "사격방향은 서남쪽이며 포탄은 NLL에서 10㎞ 이상 남쪽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군은 해안포와 방사포를 운용하는 서해안 포병부대를 중심으로 대비태세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방사포 부대는 방사포 일부를 전방지역으로 이동시켰으며 서해 일부 공군기지에 있던 전투기 중 일부를 지상에 대기시켰다. 북한군은 아울러 우리 군의 공격원점 타격목표 교란을 위해 '모의포'를 서해안 일부에 배치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했다. 그러나 북한군은 이날 실제적인 추가 도발에는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군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서해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사격훈련이 예정된 이날 오전 주민 비상대피령이 내려졌으며 9시50분께 연평도 잔류주민 100명과 공무원ㆍ복구인력ㆍ취재진 등을 포함한 280여명은 일찌감치 마을 내 대피소 13곳에 분산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