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을 끌어온 그리스 정부와 국제채권단 간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양측은 주말 동안 막판 협상을 벌여 15일 오전(이하 현지시간)까지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그리스 정부와 국제채권단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주말이 끝나기 전까지 구제금융 협상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연금삭감과 조세제도 개편, 재정수지 흑자 목표치 등을 포함한 새로운 수정 제안서를 마련해 협상 대표단을 브뤼셀 현지로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는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시도하는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관리들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로안정화기구(ESM) 등 채권단은 그리스 대표단과 융커 위원장 측의 협상이 진전되면 논의에 참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15일 글로벌 금융시장 개장 전까지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타결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제채권단인 EU·ECB·IMF는 그리스에 강경한 긴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중 IMF가 가장 강경한 입장이다. 독일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EU 집행위원회와 IMF 사이에 긴장감이 불거져왔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한 협상 참여자를 인용해 IMF가 최근 융커 위원장이 그리스 정부에 제안하려던 타협안을 가로막았다고 전했다. 당초 이 타협안에는 그리스에 군비지출 감축 조건으로 약 4억유로의 연금삭감을 연기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리스 사태는 하루걸러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지난 10일 치프라스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해 협상 타결에 집중적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하면서 타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리스는 이 회동에서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9개월 연장해 내년 3월 말까지 지원받되 재정수지를 개선하는 정책들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MF의 게리 라이스 대변인이 11일 기자회견에서 "합의 도달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협상에 진전이 없어 협상팀이 브뤼셀에서 철수했다"고 밝히며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여기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관리들이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리스 증시는 12일 5.92% 급락하고 그리스 은행주들도 12%나 추락했다. 2년 만기 그리스 국채금리도 하루 사이 1.37%포인트나 뛰며 2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영국의 FTSE100지수가 전일 대비 0.9% 하락하고 독일 DAX지수도 1.2% 떨어지는 등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구제금융 분할금(72억유로) 지원 등을 위한 조건인 개혁안을 놓고 5개월째 협상을 벌여왔지만 연금삭감과 세수증대 등 긴축정책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5일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의 일원인 IMF와 부채를 이달 말 일괄 상환하기로 합의해 디폴트 위기를 넘기고 협상 시한도 벌었다. 그리스 정부는 이달 말까지 IMF에 16억유로(약 1조9,958억원)를 상환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지원 없이는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