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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금호산업에 6,9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금호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차원을 넘어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 지배구조도 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계획안에서 금호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는 자금은 3,000억원 규모다. 유증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추진한 뒤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공모와 제3자 배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주주의 90%를 차지하는 채권단이 유증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3자배정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 박 회장이 유증에 참여하면 명실상부한 오너의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 금호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박 회장이 확보하게 되는 지분은 14%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보였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32.1% 보유하는 등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에 있기 때문에 금호산업의 지분을 확보하면 금호아시아나항공 그룹 전체 오너십을 행사하는 발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 참여 가격은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는 가격에 20%를 할증한 수준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부분 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실시할 경우 현시세보다 할인한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금호산업 유증가격이 20% 할증한 것은 박 회장 측이 금호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대신 과거의 경영실패 책임을 다시 한번 지는 성의를 채권단에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호그룹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지분은 전량 채권단의 신규자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된다. 또 오는 2014년까지 매각이 제한되고 채권단이 결의할 때 감자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금호석유화학 측과 계열분리를 추진하고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할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해왔다. 지난해 11월30일 박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화 지분을 매각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자금도 바로 이 돈이다. 박 회장은 아울러 매각자금 일부를 앞으로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에도 약 1,000억원 이상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원으로 금호산업 자본잠식이 해소되는데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자율협약을 졸업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호석화와의 그룹분리 및 오너십 회복 등 올해 내 지배구조를 둘러싼 리스크가 가라앉으면서 경영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