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서비스 연기론 배경
"일정 맞추다간 外産장비 써야할판"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서비스 연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는 2002년 5월로 예정된 IMT- 2000 서비스 상용화 일정을 준수키 어렵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상철 신임 한국통신 사장이 지난 3일 IMT-2000 서비스 연기 의사를 시사한 것은 한통뿐 아니라 SK의 속내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SK나 한국통신은 국산장비 개발 가능 여부, IMT-2000 서비스에 대한 수요 등이 서비스 일정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은근히 연기 의사를 흘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오는 2002년 5월 이전에 국내 업체들의 비동기 IMT-2000 관련 장비 개발이 마무리될 것으로 자신하기는 어렵다. 국내 업체 중 비동기 장비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LG전자는 서비스 일정에 맞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으나 LG 단독으로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지적된다.
물론 국산 장비 개발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서비스 일정을 맞추려면 외국산 장비를 수입하면 되나 외산장비에 대해서는 SK와 한통 모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외산장비를 사용하면 시스템이 운영되는 10년 이상의 기간동안 외국 장비업체들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산장비 의존은 '무역수지 악화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SK와 한통은 비동기 장비 개발분야에서 삼성전자가 하루속히 LG전자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확보하기를 바라고 있다. 삼성이 예쁘기 때문이 아니다. LG와 삼성간의 경쟁구도가 형성되면 SK와 한통은 장비조달을 위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서비스 연기론의 또 다른 이유는 수요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제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경기가 곧 호전될 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경기부진속에 고가의 단말기 및 통신료 부담을 요구하는 IMT-2000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수요가 발생할 지 의문이다. IMT-2000 서비스를 위한 단말기 가격은 대당 1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비스 요금도 기존의 이동통신요금에 비해 최소 2.5배 이상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따라서 현재의 이동전화처럼 엄청난 수요가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지적된다.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수요를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SK-IMT나 KT-IMT의 경영에도 치명타를 안겨줄 수도 있다.
또한 IMT-2000 서비스 연기론의 배경에는 SK와 한통의 현실적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장비개발, 수요 문제와 함께 기존 시스템에 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서비스 일정 준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SK텔레콤과 한통 계열사인 한통프리텔 및 한통엠닷컴은 지난해부터 IS-95C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이다. IS-95C는 최대 144kbps의 전송속도를 보장하는 것으로 동영상 전화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 IS-95C 투자를 위해 SK텔레콤은 1조3,000억원,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은 2,500억원의 투자비를 집행중이다.
IMT-2000 서비스를 일정대로 추진하면 IS-95C 서비스는 투자비도 회수치 못한 채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IMT-2000 서비스 시기를 늦춰 IS-95C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건져야 한다는 절박감이 SK와 한통을 사로잡고 있다.
정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