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시간 세계 최장이지만 생산성은 美 68% 그쳐

근로자 1인 연간생산 부의 가치 美 6만3,885弗로 세계1위
한국 4만3,442弗…中 1만2,642弗


“미국에선 점심을 피자로 때우며 일했는데 한국에 오니 점심 시간이 넉넉해서 좋아요.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일하는 시간에 자주 자리를 비우고 개인 일도 근무시간에 처리하는 것을 보며 의아했습니다.” 뉴욕 금융가에서 10여년 일하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일자리를 찾은 한 재미교포의 소감이다. 그의 말은 국제노동기구(ILO)의 통계에서 뒷바침됐다. ILO가 3일 배포한 ‘노동시장 핵심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세계 최장이지만 노동생산성이 가장 높은 미국에 비해서는 1인당 노동생산성이 68%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80년 한국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28%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고도의 경제성장과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25년 만에 미국 근로자와의 노동생산성 격차를 많이 줄였다는 게 ILO의 평가다. 근로자 노동생산성 수치는 지난해, 또는 입수 가능한 최신 통계를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취업자 수로 나누어 산출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근로자들의 연평균 생산성 및 시간당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52개 국가 중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2,200시간을 넘는 나라는 한국ㆍ방글라데시ㆍ스리랑카ㆍ홍콩ㆍ말레이시아ㆍ태국 등 6개 국이었으며 이 가운데서도 한국의 근로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근로자들은 시간당 생산성 면에서도 유럽연합(EU)이나 일본ㆍ스위스 등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시간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로, 노르웨이 근로자들은 시간당 평균 37.99달러의 부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미국 근로자들도 시간당 생산성이 35.63달러였다. 3위는 프랑스로 미국 근로자들보다 5달러 뒤졌다. 미국 근로자들이 이처럼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은 의외로 긴 노동시간 때문으로 조사됐다. ILO 측은 미국이 경쟁국 근로자들보다 더 오랜 시간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1,804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르웨이 1,407.1시간, 프랑스 1,564.4시간보다 훨씬 많다. 아울러 총 근로시간 증가 이외에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효율성 제고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근로자 한사람이 일년에 생산하는 평균 부의 가치는 6만3,885달러를 기록했다. 2위는 아일랜드(5만5986달러), 3위는 룩셈부르크(5만5,641달러), 4위는 벨기에(5만5,235달러) 등 이른바 ‘강소국’들이 차지했으며, 5위는 프랑스(5만4,609달러)가 차지했다. 한국은 미국의 68% 수준인 4만3,442달러로 파악됐다. 1인당 평균 1만2,642달러의 생산성을 기록한 중국은 최근 빠른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호세 마누엘 살라자르 ILO 고용담당 이사는 “미국의 생산성 향상은 정보 및 교통 기술과 결합한 결과”라며 “동남아시아ㆍ라틴아메리카ㆍ중동 근로자들의 경우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훈련 미숙과 투자ㆍ장비ㆍ기술 부족 등으로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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