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암] <14> 뇌종양

초기엔 他질병으로 오인 많아
발생한 부위따라 시력 저하 등 증상 달라
심한 두통·구역질·구토·현기증 땐 의심을
MRI 검사 등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야

뇌종양 증상은 종양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크게 다르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환자가 사이버나이프 치료를 받고 있다.

뇌종양은 말 그대로 머리 안에 생긴 비정상적 조직을 말한다. 뇌 자체에서 생긴 신경교종(glioma)이 가장 많고 수막종(meningioma), 몸의 호르몬 기능을 담당하는 뇌하수체에서 생긴 뇌하수체 종양, 뇌신경을 싸고 있는 막에 생긴 뇌신경초 종양 등의 순으로 많다. 전체 뇌종양 중 약 50%가 신경교종. 이중 약60%가 악성으로 분류된다. 숫자상으로는 여성보다는 남성에 많고, 2세 이전과 60대 이후 연령층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발생빈도를 보인다. 다만 평균적으로는 40~5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상당수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종양이 어느 정도 커진 후에야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은 환자마다 증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은 특성상 크기나 종류보다 발생한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이비인후과 진찰을 받았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몇 년을 보내고 시력까지 나빠져 마비증상까지 나타난 뒤에야 신경외과에서 종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력저하로 안과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1년 후 시력을 상실한 후에야 뇌종양 진단을 받는 경우, 정신질환자로 오인 받아 오랜 세월 정신과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나중에야 뇌종양으로 판명되어 수술을 받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환자 10명 중 4~5명은 발병 초기에는 다른 질환으로 착각, 엉뚱한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시기를 놓치는 것이 현실이다. 뇌종양 이상반응은 크게 두개강내 압력 상승으로 인한 증상, 종양 발생위치에 따른 국소증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뇌압상승으로 인한 증상은 두통ㆍ구역질ㆍ구토ㆍ현기증을 동반한다. 뇌압이 많이 상승했을 때는 의식장애ㆍ혼수상태를 보이며 불규칙한 호흡과 심장박동ㆍ딱국질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양치질 중에 구역질을 느끼거나 토하는 것은 입안 깊숙이 칫솔이 닿아 반사적으로 오는 현상이 대부분이다. 체질적으로 비위가 약한 사람은 치약 냄새에도 구역질을 느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을지병원 윤수진(가정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구역감은 잘못된 양치질이나 과도한 음주나 흡연 때문”이라면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면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구토물에 쓴 맛이 없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일 때는 식도협착이나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다. 구역질 없이 바로 구토를 한다면 뇌압 상승질환을, 갑자기 심한 구토를 한다면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전문의 진찰이 필요하다. 증상만으로 확진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컴퓨터단층촬영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ㆍ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을 받아야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최근 서울대병원에는 뇌종양 등 뇌질환 수술시 환자의 뇌기능 상태를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후유증을 막을 수 있는 검사기기인 'MEG(magnetoencephalography)'가 도입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기기는 핀란드 엘렉타 뉴로맥사가 개발한 제품으로 가격은 20억원대에 달한다. MEG의 장점은 뇌신경의 전기적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 고해상도의 동영상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장으로 인한 문제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감각, 운동, 청각, 시각, 기억 등 뇌기능이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는지 정확히 찾아냄으로써 안전하게 수술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면 ▦영상유도 뇌수술 ▦뇌시경 뇌수술 ▦감마나이프 치료 ▦유전자치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뇌종양 수술을 받으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반신불수가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뇌종양이나 뇌출혈은 모두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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