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생발전기금 미납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또다시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일부 상생기금을 미납하고 있는 서울시를 압박하기 위해 지방소비세 납입관리자를 '서울특별시장'에서 '시도지사협의체의 회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서울시는 지자체 재정권을 훼손하는 초법적인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1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방소비세 납입관리자를 서울특별시장에서 시도지사협의체의 회장인 도지사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16일 입법예고하고 최근 서울시 등 관련 지자체로부터 의견조회 절차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안행부는 또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법 시행령'도 고쳐 상생기금 출연의무자를 납입관리자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서울시로 돼 있는 지방세 납입관리자를 시도지사협회장으로 변경하고 상생기금 출연의무자를 납입관리자로 변경하면 서울시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상생기금을 미납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서울시가 내야 할 상생기금을 정부가 원천징수해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행부 관계자는 "기금출연을 자치단체에 맡겨 놓다 보니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출연이 지연되거나 미납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국세청이 지방소비세를 걷어 전국 지자체에 직접 내려보내지 않고 지방소비세 납입관리자인 서울시에 먼저 보낸다. 서울시는 이를 5일 이내에 안분기준에 맞춰 전국 지자체에 다시 내려보내게 되는 구조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3개 지자체들이 10년간 3조원 규모로 출연할 예정인 상생기금을 서울시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2011년부터 588억원(서울시 기준)을 미납하면서 정부와 갈등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애초 상생기금 출연 취지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서울 등 3개 수도권 지자체들이 3조원을 목표로 조성하는 것이었는데 정부가 제시한 지방소비세 35% 기준에 맞춰 출연하면 2019년에는 기금으로 걷히는 규모가 3조8,000억원이 넘어 8,000억원을 3개 지자체가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2011년 이후 연간 3,000억원 기준에 맞춰 상생기금을 출연하고 있는데 누적 미납금액은 588억원에 달한다.
안행부 관계자는 "법령에 나와 있는 기준대로 서울시가 상생기금을 출연하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양보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정부가 지방소비세 납입관리자 변경에 나선 것은 국세청에서 지방소비세를 지자체에 내려보낼 때 상생기금을 원천징수하는 방안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자 서울시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지방자치재정권은 물론 국회의 법률심사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강한 반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는 의견조회를 통해 "기금관리기본법에는 수도권 3개 지자체가 상생기금을 '출연하도록 한다'고 돼 있는데 시행령에는 출연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이어서 모법과 상충된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출연금을 원천징수(우선 출연)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국회서 심의 보류되자 이번에는 국회 심의가 필요없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회로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이는 국회 법률심사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