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통업체들 합종연횡

"애플·구글에 빼앗긴 시장 주도권 되찾아 오자"
고유영역 콘텐츠까지 상실 위기 SKT 등 전세계 업체 국경 넘어
모바일 게임·서비스 등 잇단 협력 공동 앱스토어 구축 추진도


"스마트폰 게임, 차세대 통신망, 스마트폰 결제…."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이 해외 동종업체와 협력을 약속한 분야다. 이들은 애플과 구글에 빼앗긴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콘텐츠'와 '서비스'로 되찾겠다는 공동의 목표 앞에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모바일 게임 등의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협력키로 했다. 두 기업은 SK텔레콤의 앱스토어인 T스토어가 보유한 게임 콘텐츠를 공유하고 관련 기술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일본의 KDDI와 소프트뱅크와도 지난해부터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 부문에서 협력해왔다.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에서 쓰던 휴대전화로도 얼마든지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해외 이동통신사와 손잡은 건 SK텔레콤 뿐만이 아니다. KT도 지난 2월 일본 NTT도코모와 양국에서 통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추진키로 했으며, NTT도코모ㆍ차이나모바일과 오는 8월 공동 앱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KT는 지난해 6월 중동 최대 통신사인 에티살랏과도 지능형사물통신(M2M) 등의 분야의 협력을 약속한바 있다. M2M은 스마트홈(Smart home)ㆍ스마트카(Car)를 가능케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처럼 이동통신사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손을 잡는 이유는 애플과 구글에 단말기뿐 아니라 콘텐츠 등 이동통신사 고유의 영역까지 침범 당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iOS와 안드로이드로 이동통신사의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경우 아이폰ㆍ아이패드의 공급 가격과 물량뿐만 아니라 마케팅, 애프터서비스(AS)까지 간섭할 만큼 입김이 세다. 전세계 모든 국가에 '애플 스타일'의 아이폰 광고가 방송된다거나 리퍼폰(중고 부품을 모아 재조립한 기기)으로 대표되는 애플식 AS정책이 관철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과 구글은 또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유통을 장악하고 있다. 일반 휴대전화 시대에는 이동통신사 각각이 보유한 콘텐츠가 유통됐다면 스마트폰 시대에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이 전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도하게 되면서 이동통신사들도 위기감을 갖게 됐다"며 "단말기 경쟁보다는 콘텐츠ㆍ서비스 분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애플이나 구글이 손대지 않는 분야, 통신망을 활용해야 하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이동통신사들도 비슷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KTㆍLG유플러스를 포함해 미국 AT&Tㆍ프랑스 오랑주 등 전세계 24개 이동통신사는 글로벌공동앱스토어(WAC)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으로부터 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전략이다. WAC 참여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수는 전세계 이동통신사 가입자의 3분의 2에 달한다. 이밖에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은 루마니아와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프랑스텔레콤과 4세대(4G) 통신망을 공동으로 구축할 예정이며, 앞으로 서비스 분야에서도 협력할 계획이다. 앞서 양사는 각각의 영국법인을 합병하면서 경쟁관계에서 협력관계로 거듭난 바 있다. 스페인에선 텔레포니카ㆍ보다폰ㆍ오랑주가 NFC 기술 개발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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