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유럽전역 나치상징 사용금지 촉구

"영국인은 나치 관련해 독일 조롱하지 말라"

영국 해리 왕자의 `나치 제복 착용'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5일 독일 정치권이 유럽 차원에서 나치를 상징하는 모든 표식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2차대전 후 6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영국인들은 독일에 대해 거론할때 나치를 흉내내는 등 희화적으로 대하는 일이 많다면서 영국에 `균형잡힌 역사 교육'을 요구하라고 압박을 가해 독일 정부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이날 정치인들은 여야나 좌우를 막론하고, 유럽 차원에서나치의 모든 상징을 전시하거나 공개 사용하는 일을 금지해야 한다며 차기 유럽연합(EU) 법무장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고 촉구했다. 유럽의회내 자유주의 정당 그룹 부총무를 맡고 있는 실바나 코흐 메린 의원은 "유럽인 모두가 과거에 나치의 범죄로 고통받았다는 점에서 유럽 전역에서 나치 상징들을 금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카엘 뮐러 사민당 원내총무는 독일이 제정한 반(反)나치ㆍ파시스트법을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선 `하일(신성한) 히틀러' 식의 경례법이나 나치 문장(紋璋) 등의 사용이일체 금지돼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에서도 자유롭게 출판되는 히틀러의 저서 `나의투쟁'을 출판ㆍ유통하는 일도 엄금하는 등 나치 과거에 대해 매우 예민하다. 한편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영국인들이 나치 시대와 관련해 독일을 조롱하는일을 줄여야 한다고 오래 전 부터 생각해왔던 독일인들은 이번 해리 왕자 사건을 악의적 소동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마르쿠스 죄더 기독교민주연합 사무총장은 "독일이 나치의 과거를넘어 발전한 부분에 대해 더 많이 가르치는 등 영국 학교에서 균형잡힌 역사교육이이뤄지도록 독일 정부가 런던의 우리 친구들에게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런던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국 언론이 아직도 독일을 `나치'와 동일시하는 구시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보도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의 발언은, 영국인들이 독일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히틀러와나치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의식, 영국 황색신문들과 민영방송 코미디물 등이 흔히독일과 관련해 나치를 거론 또는 풍자하는 일을 지적하는 비난하는 것이었다.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비와의 사이의 둘째 아들인 해리(20) 왕자는 지난 8일 가장무도회 형식의 친구 생일에 나치 복장으로 참여했으며, 그런 모습이 담긴 사진이 지난 13일 영국 언론에 보도돼 파문이 일었다. 찰스 왕세자는 해리 왕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계속되자, 오는 27일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60주년 기념식에 사적으로 참석해 과거의 참상을 보고반성할 것을 해리 왕자에게 지시한 바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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