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장사는 해야지. 그 놈들(카드사)을 어떻게 이겨…."
한국음식업중앙회가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며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주최한 18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식당 주인 박모(56)씨는 이렇게 읊조렸다.
신용카드사들이 지난 17일 중소가맹점의 범위를 연 매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도 1.8% 이하로 0.5% 포인트 이상 낮출 방침을 밝히자마자 음식점 업주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김밥 하나만 사도 카드 결제를 하는 추세인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수료를 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횡포"라고 주장했다.
외식업주들의 분노는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듯했지만 막상 이날 열린 집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턱없이 모자라는 5만명 정도만 참석했다.
이날 회사들이 몰려 있는 광화문ㆍ여의도ㆍ강남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식당들은 문을 열었다. 이들이 식당 문을 닫고 결의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카드 수수료율이 적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마음은 결의대회에 가 있지만 당장 장사를 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지금껏 계속되고 있는 대학 반값등록금 시위에는 생각만큼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를 대다수 학생들이 현재 등록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지금도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분노의 칼날을 가는 중이다.
이번 점심대란 해프닝도 마찬가지다. 영업을 해야 하는 현실적 사정에 체념까지 더해지며 다행히 우려했던 점심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회사들이 몰려 있는 식당가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분주했고 직장인들은 별 다른 불편함 없이 끼니를 해결했다. 하지만 겉으로 평온해보이던 식당가는 조용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이 분노를 모른 체 한다면 카드사들은 외식업주들과의 진짜 '대란'을 준비해야 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