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스토리] 8살때 입문 화려한 아마생활

세계골프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올해 꽃다운 스무살의 한국아가씨다. 대학시절 4대 아마추어선수권을 석권한 그녀는 지난 6월 미국LPGA 2부리그인 퓨처스투어에 진출, 참가한 9개대회에서 5개대회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6세 64타기록, 95년 US여자오픈 최연소 본선진출, 아마추어 통산 55승, 외국인 최초 전미체육대상 수상 등 주니어시절부터 신기록제조기로 불려온 그녀는 99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스페인의 세르지오 가르시아와 함께 21세기를 이끌 최강골퍼로 꼽히고 있다. 박지은의 모든 것을 해부한다.박지은은 서울 리라초등학교 2학년때인 8세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박세리처럼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버지의 손에 끌려 골프에 입문하는 것과는 달리 박지은은 어머니의 열성에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골프에 심취해있던 어머니 이진애씨(51)는 「평생을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골프라며 학교에서 돌아온 박지은의 손을 잡고 하루 평균 2시간씩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박지은이 받았던 골프레슨도 좀 색다르다. 박세리선수가 아버지 박준철씨로부터 받았던 것과는 달리 박지은은 스스로 연습시간을 정하는 등 자율골프를 했다. 때문에 박지은에겐 이렇다할 스승이 없다. 그 역할을 대신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아버지 박수남씨(52·삼원가든 대표)다. 박지은의 골프입문 과정에 레슨코치가 있었다면 초등학교 3~4학년 시절 2년 가까이 박의 연습과정을 지켜봤던 뚝섬경마장내 골프연습장 소속 프로였던 김소영프로정도다. 이 때 박지은은 1주일에 2~3회정도 이곳을 찾아 연습을 하곤했는데 당시로서는 「어린 나이의 골프입문」이었기 때문에 눈길을 끌긴 했으나 전적으로 레슨수업을 받지는 않았다. 어머니 이진애씨는 『골프를 시작할 당시 지은이가 공기나 고무줄 놀이를 하고 싶다고 짜증을 부리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놔뒀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박지은의 골프는 이른바 「자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지은은 이후 하루가 다르게 핸디가 낮아졌고 초등학교 5학년때 국내 주니어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입상했다. 취미로 골프를 시키겠다는 어머니 이진애씨의 생각이 달라졌다. 6학년때 한국 주니어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면서 본인도 골프에 강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 결국 초등학교 졸업후 미국행을 결정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중·고등학교시절을 보내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박지은은 골프를 배우기보다는 즐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단지 대학시절 학교코치의 레슨을 받았을 정도가 레슨의 전부다. 94년 골프명문 애리조나 주립대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하기까지 박지은이 세운 기록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이 화려하다. 주니어대회 11연승을 포함해 아마추어 통산 55승, 최연소 US여자오픈 본선진출, 4년 연속 주니어 대표, 외국인 최초 다니엘 어워드(전미체육대상)수상 등등…. 다니엘 어워드는 미국의 모든 스포츠선수를 대상으로 매년 남녀 1명씩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골퍼는 타이거 우즈와 박지은뿐이다. 박지은은 학업과 골프를 병행해야 하는 미국 학교정책에 따라 늘 컴퓨터를 들고 대회장을 돌아다녔다. 리포트를 작성, 전송하기도 하고 학습내용을 전송받아 공부하기도 했다. 힘든 일정이었지만 박지은은 타고 난 욕심때문인지 학업성적도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처럼 박지은의 오늘의 있기까지에는 아버지 박수남씨와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진애씨는 미국내 생활을 「하녀수준」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박지은을 키우기까지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다. 대회가 이곳저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부터 숙식해결까지 잡다한 일을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프로전향후 박지은과 함께 일정을 보내는 아버지 박수남씨는 대회직후 박지은이 간단한 샤워를 마치면 바로 자동차를 몰아 다음 대회장소로 이동하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코인 세탁실로 달려간다. 박수남씨는 농담으로 『새까맣게 탄 얼굴에 반바지차림, 세탁물을 들고 왔다갔다하는 나를 보면 누가 박수남이라고 생각이나 하겠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지나간 세월이 보람찼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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