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전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장악했던 애플. 이제는 아이폰을 통해 전등이나 가전제품, 보안 시스템 등을 컨트롤하는 스마트홈 시장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집 안의 모든 가정용 제품에 IT를 융합한 미래형 가정이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선점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려는 계산이다.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는 최근 자동차 제조회사 볼보와 손잡고 캘리포니아 교통당국으로부터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e고속도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e고속도로'는 전기 트럭이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고속도로 일정 구간에 설치된 전차선에서 전력을 공급 받으면서 운행되는 시스템이다. 볼보는 이 프로젝트에 쓰일 트럭을 개발한다. 전차선은 지멘스가 개발을 맡는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선도주자인 일본의 도요타는 최근 차량 안전관리를 위해 지멘스의 제품수명주기(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 솔루션인 팀센터를 사용하기로 했다. 제조 라인에 지멘스의 우수한 IT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특히 제조 라인을 새롭게 개선하는 비용 지출 없이 업그레이드 앱만 설치하면 제품 혁신은 물론 시장 출시 기간 단축, 규정 준수, 자원 최적화, 글로벌 협업 등과 같은 기업의 주요 비즈니스 과제를 신속히 해결해줘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업무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조업과 IT의 융합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근간"이라며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서둘러 IT 융합에 나서는 것은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이면에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수다. 한 예로 독일은 지난 2000년대 말부터 '인더스트리4.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I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제조생산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차세대 산업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과 제조업을 융합하는 사업도 펴고 있다. 3D 프린팅과 생산로봇, 가상현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결합해 자국 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꾸준한 노력 덕분에 2012년 2,4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약 2,0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일궈냈다. 폭스바겐과 BMW·지멘스·바이엘·보쉬·BASF 등 대기업과 1,300개가 넘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이뤄진 제조업 군단이 만들어낸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