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의 유럽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ㆍ소니에릭슨ㆍ지멘스 등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으로 홈 그라운드인 유럽 시장의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6일 휴대폰 관련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에 따르면 노키아의 지난 3ㆍ4분기 유럽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2.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2%에 비해 무려 10% 가량 급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은 7.5%에서 8.6%로, 소니에릭슨은 4.4%에서 6.6%로 급등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의 경우에도 노키아는 33.8%로 전분기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반면 모토롤러(15%), 삼성(11.2%), 지멘스(8.9%), 소니에릭슨(5.3%) 등은 일제히 1%포인트 내외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동통신이 2G(세대)에서 3G로 급속 전환되고, 특히 유럽의 휴대폰 단말기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업계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럽의 신규 단말기 수요는 전년 대비 23%나 증가했지만 결국 커진 파이를 모든 경쟁사들이 나누어 먹은 셈이 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럽 시장은 그 동안 핀란드 국적 노키아의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3ㆍ4분기 시장 점유율 결과는 노키아에게 큰 충격이 되고 있다.
노키아가 텃밭인 유럽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저가 모델 시장에서는 지멘스에게, 고가 모델 시장에서는 삼성과 소니에릭슨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키아는 그 동안 편의성 위주의 기능과 바(bar) 모양의 단순한 디자인으로 유럽 수요자들을 공략해 왔으나 3G 시대에 요구되는 보다 다양한 기능을 충족시키는 데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삼성이 아시아에서 유행하는 폴더형 디자인을 유럽 시장에 내놓으면서 최근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는 바형에서 폴더형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키아가 중국ㆍ인도 등 신흥시장 개척에 치중하면서 유럽 시장 방어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도 시장 점유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