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오는 25일 이해찬(李海瓚) 총리가 대독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한 포괄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여야가 연설의 내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정연설에서 어느 정도 수위로 입장이 담기느냐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정리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느냐는 점을 시사하는 단서가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 이후 대응 방향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여권은 이번 시정연설을 계기로 기본 원칙을 찾고 구체적인 대안 모색을 위한 당.정.청간 조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시정연설의 방향에 따라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행정수도 이전 사업 중단에 따라 예산의 기본 틀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나, 위헌 결정 자체에 대해 언급이 있을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는 "시정연설을 통해 어느 정도 기본 방향이 잡히면 금주중에 구체적인 조율에 들어가서 뭔가 대안을 내놓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가 대독하는 대통령 시정연설 청취를 거부키로 당론을 모았으나, 이번 연설에 담길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의 수위에 따라 향후 정국의 큰 가닥이 잡힐 것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선택 가능한 카드의 `색깔'을 따져가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헌정을 수호하고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헌재의 결정을 과감히 수용해 수도이전 정책을 `포기'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 경우 노 대통령이 충청권 개발 대안을 제시하거나 혹은 전국적인 균형발전 대책을 제시하면 협의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는 노 대통령이 수도이전을 중단하되 헌재 결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그 배후세력으로 한나라당을 지목, 정치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던지며 정면돌파를 시도할 경우, "최종적인 헌법수호권자의 헌법체계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하게 응수한다는 방침이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국민여론을 감안하지 않고 강공책을 펼 경우 `국민적 봉기'에 부딪힐 것"이라고 미리 차단막을 쳤고,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노대통령이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강한 데다 쉽게 예측할 수도 없다"며 촉각을 세웠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강영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