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대폭 완화 배경

재계 요구 대폭수용…'기업환경 개선시급' 판단정부와 여당이 31일 확정,발표한 기업규제 완화방안은 재계의 요구를 상당폭 수용한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기업구조 개혁의 '5+3'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풀 것은 풀어주겠다"는 당초기조가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규제 대폭 완화 배경 재계의 기업규제 완화 요구가 처음 터져나왔을 때 반발하던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태도를 전환한 것은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기에는 지금 경제사정이 그리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꾸준히 호전 기미를 보이던 산업생산이 지난달 주춤거리고 있고 수출과 설비투자의 감소세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일본 등 거대 경제권의 경기전망도 여전히 청신호와 적신호가 엇갈리고 있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당정은 재계가 건의한 기업규제 완화 요구 가운데 기업구조조정과 외자유치를 돕고 수출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것들은 과감히 풀어 경기 회복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대원칙 준수' 여부, 일부 논란 가능성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기업규제 완화방안은 대부분 당초 예상과 비슷했지만 재벌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 완화 등은 부작용때문에 완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됐던 것이어서 다소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규(權五奎)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이에 대해 "보험업법 등 개별법령에 금융사의 계열사 주식취득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지배 차단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으며 의결권을 `경영권 방어' 목적에 한해 인정하는 만큼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사의 투자 자금은 상당수 투자자가 맡긴 것이지만 재벌 금융사의 이사회는 투자 자금을 투자자의 이익보다는 총수의 이익을 위해 쓸 가능성이 여전한데다 동일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다른 재벌 금융사와 짜고 교차지원하는경우도 있는 만큼 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재계 "대체로 만족-근본 문제는 남아" 재계는 이번에 발표된 기업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을보이고 있다. 사실 재계 입장에서는 풀어주면 좋지만 정부로서는 도저히 완화해주기 어려운 건의도 이번에 상당수 포함돼 있었던 만큼 이 정도면 당초 목표를 상당부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의 최대 목표인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30대 기업집단 지정 제도의 축소 내지 폐지는 다음 과제로 남겨진 만큼 앞으로도 재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줄기차게 이들 제도의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가 "이 두개의 건의가 기업규제 완화의 근본이나 다름이 없다"며 중장기적인 과제로 삼아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재벌 개혁의 후퇴인가 한편 이번에 한꺼번에 상당폭의 기업규제 완화가 이뤄지게 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재계의 승리' 또는 '재벌개혁의 후퇴'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당정은 이에 대해 "IMF이후 신설된 규제 가운데 경제상황 변화에 맞지 않는 것은 풀어 경기 회복을 앞당기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기업규제를 상당폭 풀어주는 대신 재계로부터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약속을 받아냈다고 해명했다. 특히 정부가 재계가 기피해온 집단소송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대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는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소송의 남발 등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신규투자도 적기에 이뤄지기 힘들게 된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앞으로 정.재계간에 또 한차례 충돌이 예상된다. 아무튼 이번 당정의 기업규제 완화 방안은 대체로 기업구조개혁의 '5+3'원칙을 준수한 만큼 '정.재계의 윈윈(Win-Win)'이란 긍정적인 반응도 많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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