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과 다름없는 물건도 많아… "인기 제품은 오전에 다 팔려" "유행 만드는 곳" 인식도 확산
입력 2010.10.28 17:02:39수정
2010.10.28 17:02:39
"이브생로랑 뮤즈백이나 지방시 나이팅게일백 있나요?"(중견 기업 여성 간부 S모씨)
"죄송하지만 오전에 판매되고 지금은 없습니다. 이 제품들은 그날그날 바로 소진되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중고 명품샵 직원 K씨)
지난 22일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중고 명품 매장.
루이비통, 구찌, 페레가모, 샤넬 등의 명품 브랜드 중고백과 구두, 시계, 옷가지들이 매장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매장은 일반 패션브랜드 로드샵과 비슷한 규모였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기자가 S 씨와 함께 10여분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30대로 보이는 여성 3명과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여성 고객들은 자신이 들고 온 명품 백을 매장 직원에게 내보이며 얼마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지 확인한 뒤 그 수준에 맞춰 다른 중고 명품을 둘러봤다. 남성 고객은 중고 페레가모 스니커즈를 신고 거울을 보며 구매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매장을 찾은 한 여성 고객은 "중고 A급 명품백의 경우 주인이 1년에 몇 차례만 들고 다닌 신상품에 가깝다"면서 "매장에서 240만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이브생로랑의 뮤즈백을 이곳에서 145만원(A급 기준)에 건져서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중고 명품샵을 돌아보며 느낀 흥미로운 변화는 중고 명품 시장의 위상이다.
중고 명품 시장은 한물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명품의 유행을 만들어 가는 곳이라는 게 이곳을 찾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고 명품샵 매장에서 만난 한 여성고객은 "중고 명품샵에서 명품의 최신 유행을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중고 명품을 감정해주는 자칭 명품 고수들이 온라인에서 네이버 지식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새로운 명품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최근 중고 명품 시장에 '고이비토', '필웨이', '구구스'등 기업형 중고 명품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이다.
이들 업체는 강남 일대나 명동, 이대 등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명품을 판매하고 있고,온라인 몰을 운영하면서 영향력이 더 막강해졌다.
온라인 몰에서 중고 명품의 정품 여부를 판별하는 명품 고수(전문가)들이 등장, 해외에서 유행 조짐이 보이는 명품을 가장 먼저 국내에 소개하거나 중고 제품을 유통시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고 명품샵 관계자는 "명품 고수를 통해 중고 명품 애호가들 사이에 유행이 확대 재생산 되면서 점차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도 변하기 시작한다"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명품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 사이에서는 지방시, 이브생로랑, 보테가베네타가 뜨고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등은 시들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