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번 택시 평가하면 뭐하나 서비스는 제자리인데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6개월간 법인택시 2만2,000여대에 대해 경영·서비스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평가 후 등급을 매겨 지원을 차등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수 택시에는 인증마크도 붙여준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택시 평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한두 차례씩 주기적으로 점검해왔다. 매번 평가 목적과 방식만 조금씩 변경됐을 뿐이다.

이번 평가의 취지는 법인택시 회사 간 경쟁구도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인증마크 부착이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택시 서비스가 나아질지 의문이다. 지금껏 진행된 대다수 택시 평가가 반짝 효과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승차거부에 불친절·난폭운전 등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서비스 개선을 명분 삼아 시 당국이 택시 요금을 올려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서비스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민원만도 2만8,000여건에 달할 정도다. 지금도 심야에 홍대입구나 강남·종로 거리에서는 택시 불법영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러니 우버나 리모 등 새 택시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택시 서비스가 제자리걸음인 것은 무엇보다 공급과잉과 수익저하 탓이 크다. 오죽하면 전체 택시의 20%인 5만대를 줄이자는 택시발전법까지 발의됐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택시 공급은 줄지 않은 채 승객들은 질 낮은 서비스를 강요당하고 있다. 서울시가 서비스 평가를 한다고 했으니 이전처럼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상습적인 법규위반 택시법인은 퇴출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평가 결과를 내놓더라도 시민들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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