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감독 '유죄' 정책실패 '무죄'
"카드대란은 감독부실 총체적 실패작"…해당부처 "권한 분산" 이유 '기관주의 조치'카드사 경영실태평가 비계량항목 축소 권고
"부실한 감독은 유죄, 실패한 정책은 무죄."
감사원이 내놓은 카드특감 결과다. 하복동 감사원 국장은 "신용카드 부양책은 내수진작과 투명한 거래관행 정착의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다"며 "정책이 완화 위주로 변했다고 해서 감독마저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혀 정책실패보다 감독책임에 더 큰 무게를 뒀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부실한 감독책임을 물어 금감원 고위 간부에 대해 인사조치를 통보했고 해당부처에는 기관주의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종 카드정책을 펼쳤던 10여명의 전ㆍ현직 경제관료에 대해서는 일체 책임을 묻지 않아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무려 6개월이나 걸린 특감결과에 대해 "피감기관의 반발을 의식해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카드대란' 정부기관 합작품=감사원은 지난해 일어난 '카드대란'이 금감원ㆍ금감위ㆍ재경부ㆍ규개위 등 정부기관의 감독부실이 함께 빚어낸 총체적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특감 과정에서 금감원은 '복수카드조회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거나 카드사 유동성 분석을 소홀히 함으로써 돌려막기 등 유동성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금감위 역시 2003년 1월 카드사의 연체채권 비율을 적기시정조치 발동요건으로 정했다가 1년 만에 폐지한 결과 신용카드사들의 편법 대환대출을 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경부는 '사전적 규제 완화-사후적 감독 강화'라는 명분 아래 보완책도 없이 카드사의 총차입 및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했고 사태가 심각해진 뒤에도 카드업 감독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시기를 지체하는 등 늑장처리가 고질적이었다.
규개위는 2001년 7월 금감위가 신청한 카드회원 가두모집 규제철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뒤늦게 수용한 책임이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감독권한이 애매하게 분산돼 있다는 이유로 이들 3곳에 딱 부러지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기관주의'라는 두루뭉술한 조치를 내놓는 데 그쳤다.
◇카드사 경영실태 검사 엄격해질 듯=감사원은 '카드위기'를 촉발시킨 LG카드 사태를 지적하면서 42개에 달하는 카드사 경영실태 평가항목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42개 항목 중 숫자로 셀 수 없는 비계량 항목이 31개나 돼 경영평가에 자의성이 개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비계량 항목을 줄이고 카드채 발행규모와 수익률 등을 평가항목에 넣는 한편 복수카드조회시스템을 활용, 조기경보 업무에 신경쓰라고 주문했다. 또 카드사의 대환대출 채권은 대환처리 이전의 연체기간까지 포함시키도록 하고 비은행 감독ㆍ검사국과 은행 감독ㆍ검사국으로 이원화된 금감원 조직의 일원화도 함께 촉구했다.
카드사가 부실화되면 금융기관까지 부실해지는 만큼 여신전문업법에 카드사에 대해서도 증자명령ㆍ합병 등 적기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인사조치 형평성 논란=당초 예상됐던 고강도 인사문책도 없었다. 금감원 고위 간부 한명만 인사조치를 공식 요청했을 뿐이다. '카드대란'의 책임을 금감원 부원장에게 모두 물리고 재경부ㆍ금감위 등 관련 공무원들은 제재대상에서 제외시킴에 따라 '형평성'에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카드대란 일지
▦ 99년 5월 카드 현금서비스 한도(70만원) 폐지
▦ 8월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도입
▦ 2000년 1월 신용카드 영수증복권제 도입
▦ 8월 신용카드 이용액 소득공제 강화
▦ 2001년 4월 길거리 회원모집 허용
▦ 5월 금감위, 카드 문제점 및 개선안 보고서
▦ 7월 금감위, 규개위에 '길거리 모집' 금지 건의
▦ 2002년 5월 정부, 신용카드 종합대책 추진
▦ 2003년 3월 카드사 유동성 위기 발생
▦ 11월 LG카드 유동성 위기
▦ 2004년 2월 감사원, 카드특감 착수
▦ 4월 증자 등 카드사 경영개선대책 마련
▦ 7월 감사원, 카드 특감결과 발표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입력시간 : 2004-07-16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