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지난해 실적부진에도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적인 저유가와 원화강세, 내수 및 업황 부진은 국내 주요 기업에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했다.
크리스 박 무디스 수석부사장은 26일 '한국 기업 신용전망' 보고서와 관련한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한국 기업들 대부분이 지난해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앞으로 12개월 동안은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실적악화는 원화절상과 내수부진·유가급락 등에 따른 것"이라며 무디스의 평가 대상 기업 중 3분의2가 실적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박 수석부사장은 "안정적인 저유가 상황은 정유와 석유화학, 수직계열화된 유틸리티 회사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화 추가 절상이나 유가급락 등 부정적인 외부 요인이 없다면 올해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한국 주요 기업들에 대한 평가와 전망도 내놓았다. 우선 삼성전자는 휴대폰 실적의 회복이 쉽지만은 않지만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좋아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계열사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서는 자회사 실적개선이 더뎌 재무구조 개선 속도도 느려졌음을 지적하고 신용등급 상승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계열사 비리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과 LG전자·KCC에 대해서는 '낮은 재무 레버리지와 우수한 현금흐름'으로 현재 신용등급이 유지되는 선에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레버리지 투자 규모는 크지만 이익도 많아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고 두산그룹은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악영향을 주지만 밥캣의 기업공개가 이뤄지면 그룹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SK E&S는 부채 규모가 커 신용등급 하향조정 압력이 있고 롯데쇼핑은 중국 소매시장 난관으로 적자가 커질 경우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달 기업들은 주식보다는 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들의 주식 발행은 1,19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절반 이상(52.9%)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기업공개(IPO)가 활발해지면서 주식 발행이 늘었지만 올 들어 소강 상태다. 반면 회사채는 7조9,756억원이 발행돼 전달보다 11.1% 늘었다. 은행채 발행이 평년 수준을 회복했고 비교적 발행이 어려운 A 이하 등급 회사채도 활발하게 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