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주문 줄고… 근로자 속속 떠나 인력난… 주강·삼각주 수출기업들 이중고

"생활비 싼 고향에서 일하자" 80, 90년대 태어난 농민공 내륙개발 힘입어 속속 귀향
2년새 1,000만 가량 이탈… 임금 대폭 인상 불구 구인난…
막상 주문 생겨도 생산 못해

세계 최대 잡화시장이 소재한 중국 동부 저장성 이우시의 인력시장에서 최근 모 업체 관계자가 알람 시계 제조공 50명을 모집한다는 구인 광고판을 치켜들고 있다. 저장성, 광둥성 등에 소재한 동남부 연해의 수출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수출 주문 감소에다 인력난까지 겹치며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저장성 닝보시에서 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웨이커무역유한회사는 최근 유럽 바이어로부터 큰 주문을 받았지만 결국 계약에 응하지 못했다. 납기일까지 생산을 담당할 충분한 근로자를 확보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웨이커는 유럽연합(EU) 등의 경기침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주문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고 상당수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났다. 상황이 이런 터라 막상 주문이 들어와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생산 여력이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의 유력 주간지안 경제관찰보는 최신호에서 중국의 수출 전진기지로 개혁ㆍ개방 이후 고도 성장을 견인해왔던 동남부 연안 주강ㆍ삼각주 수출기업들이 주문 부족과 근로자 부족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연해지역의 농민공 근로자들이 일감 부족으로 자신들의 고향인 귀저우성, 장시성, 쓰촨성 등 중서부 내륙지역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내륙 출신의 귀향행을 부추기는 것은 선진국 경기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연안지역에 비해 낙후됐던 중서부 지역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이에 맞춰 연해에서 내륙 지역으로 이동하는 공장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들 농민공이 귀향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농민공 입장에서도 임금을 조금 덜 받더라도 주거 등 생활비용이 훨씬 저렴한 고향에서 일하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중부ㆍ서부의 성정부들은 지역 기업들과 함께 이번 설을 지내기 위해 귀성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인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실제 지난 12월부터 쓰촨성 성도인 청두시와 충칭광역시 정부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설날에 고향으로 돌아온 근로자들의 현지 취업을 설득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동부 연해지역인 저장성 항저우시의 의류업체인 완퉁무역유한회사는 최근 인근 한 의류공장이 도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폐업한 공장 가까운 곳에 후한 봉급과 숙식제공의 조건으로 숙련공을 모집한다는 구인 광고를 내걸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구직을 원하는 전화 한 통화를 받지 못했다.

완퉁무역의 공장은 300명의 근로자를 수용할 수 있지만 올해 일년 내내 200명 수준의 인력밖에 확보할 수가 없었다. 올해 인건비를 20% 인상하고 근로자 숙소에 에어컨 설치, 기혼 직원에게 독방을 내줬지만 근로자 확보에 실패했다.

항저우시 인근의 장쑤성 수저우시도 인력난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년같으면 구직자들로 북적이던 수저우시 첨단 기술구의 펑차오 거리는 구직을 희망하는 지원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블루칼라 파견 서비스 제공업체인 수저우 엥그마사의 좡즈 사장은 "예년에 우리가 설치한 구인 점포에는 하루에 50명의 지원자가 신청했는데 지금은 한자리 수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40대가 넘는 1세대 농민공과 달리 80년대와 90년대에 태어난 이른바 80허우(后), 90허우(后) 세대들은 고된 공장 생산라인 작업을 싫어하고 옷 가게 판매원 등 좀 더 편한 직장을 선호한다는 것도 인력난을 부추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광둥성 사회과학원 청잰산 주강지역경제연구센터장은 중국 남부의 선전, 주하이 등 주강 삼각주 지역이 흡수한 외지 근로자 인구는 내륙지역 등 다른 성에서 온 인구가 2,000만~3,000만명, 광둥성 각 지역에서 온 1,500만~2,000만명을 합해 약 4,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농민공의 귀향붐으로 다른 성으로 돌아간 인구가 최대 1,000만명 가량 되고 광둥성내 귀향 인구도 수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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