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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방송이) 세상 사람 모두가 특혜라고 생각하는 종합편성채널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까." 15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충식 상임위원은 지난해 12월 종편 MBN을 개국한 매일방송이 또 다른 연계채널을 개국하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비쳤다. 다른 위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결국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엠머니(Mmoney)의 방송채널사용사업 등록이 의결됐다. 각종 방송 관련 제도나 법규를 신설, 개정하는 데는 늑장이면서 일부 방송사업자에 특혜를 안겨주는 데는 빠른 방통위의 모습은 엠머니뿐만 아니라 종편ㆍ미디어렙 등 중요 사안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엠머니, 유사보도 해도 제재방안 전무=엠머니가 쉽사리 개국을 허가 받지 못했던 이유는 '유사보도'의 우려 때문이다. 보도채널이 아닌데 보도채널처럼 방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것. 이 때문에 엠머니는 전신이었던 보도채널 MBN과 명칭을 달리 하고 독자적인 '유사보도 방지방안'을 내놓았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 방안에는 ▦기자직을 뽑지 않고 ▦뉴스나 뉴스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으며 ▦논평ㆍ해설 방송 등을 하지 않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엠머니가 보도나 논평ㆍ해설, 뉴스 편성 등 이외의 방식으로 유사보도를 해 시청자와 광고주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오광혁 방통위 방송채널정책과장은 "유사보도에 대해 방통위에서는 등록취소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서도 "방송사업자들이 유사보도의 기준을 만드는 협의 과정에 방통위가 개입하겠지만 사실 보도국을 두지 말라는 등 조직구성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용섭 상임위원도 "유사보도채널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4개월 만에 또 채널 허가, 극단적 종편 퍼주기=엠머니 개국에서 지적되는 또 다른 문제는 종편의 '무한 확장'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전체 등록 채널의 5분의1까지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 방송시장에 등장한 종편의 경우 별도 규정 없이 기존 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동등한 규정을 적용 받고 있다. 기존 방송매체를 능가하는 수준의 특혜를 받았는데도 규제안만은 기존 방송매체와 동일하게 적용 받는 불균형이다.
엠머니의 경우 매일방송이 종편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내건 조건을 사실상 어겼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일방송은 지난해 종편 사업자 선정의 조건으로 '기존 보도채널 반납'을 내세웠다. 옛 MBN을 반납하고 종편에 집중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보도채널 사업권을 반납한 채 4개월 만에 유사한 경제 채널을 개국해 '꼼수'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여타 경제채널 방송사업자들은 방통위에 "최소한 1년은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고 요청해왔다. 이런 우려와 방송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방통위는 스스로 무원칙하게 정책을 집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종편 개국ㆍ미디어렙 등 방통위 '특혜'로 점철=이처럼 방통위가 특혜를 안겨준 사례는 엠머니뿐만이 아니다. 우선 앞서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과 채널 배정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여론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종편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선정된 종편 사업자들은 이미 신문 시장을 대다수 점유하고 있는 언론사로만 채워졌다. 또 중간광고 허용과 다른 채널을 밀어내면서까지 배정해준 황금채널, 지상파에 비해 느슨한 심의, 방송기금 납부 유예 등의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디어렙 법안도 종편을 위한 '누더기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디어렙 법안은 방송사가 별도의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영업을 함으로써 방송 매체가 자사의 영향력으로 광고 판매량을 늘리는 경우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종편의 경우 오는 2014년까지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해줘 개국 초기의 부당한 광고영업을 사실상 눈감아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처럼 방통위가 특혜로 점철된 방송정책을 시행한 데는 태생적인 결함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방통위를 출범시키면서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을 만들어냈고 이에 따라 방송 위주, 일부 방송사업자 위주의 정책이 잇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방송ㆍ통신 융합을 위해서는 다른 부처와의 융합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동안 방송 몰입정책을 펴면서 실질적으로 방통위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