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김의 뉴욕통신] 뉴욕 사로잡은 한국의 맛

최근 뉴욕에서 열린 패션 디자이너 선희 SS13 콜렉션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베스프렌 디저트를 맛보고 있다.

줄리 김 뉴욕 맨해튼 컨설팅사 Do Dream Inc. 매니저(교육파트 총괄)

뉴욕에서는 레스토랑의 80%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그만큼 뉴욕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의 입맛을 사로잡기는 어렵다. 그런데 세계 문화의 수도 격인 뉴욕에서 한국의 맛을 알리는 토종 브랜드 '베스프렌' (Besfren)이 유독 눈에 띈다. 더욱이 외국인이 싫어한다는 쫄깃한 한국의 맛 '떡'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기에 주목할만 하다. 창업 당시 거리 시식 테스트에서 "남이 씹다가 버린 껌을 다시 씹는 것 같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한 떡 디저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전통만 고집하지 않고 떡에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여 세계인의 입맛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글로벌 패션 브랜드 부터 미국 최대의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까지 진출하게 됐다. 떡은 외국인들에게 다소 거부감이 들게 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베스프렌의 대표적인 상품인 '챕스 파이'는 오븐으로 구워낸 떡이다. '챕스' 는 질감 자체를 잘 녹도록 만들었고 크기와 모양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떡처럼 쫄깃하면서 핑거 푸드만한 작은 사이즈로 기존의 떡처럼 입안에 달라붙지 않는다. 한국의 맛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디저트로 떡이 들어간 초콜릿 트러플, 떡 케?葯?있다. 건강보조 식품으로 인기가 큰 정관장 홍삼과 콜라보 상품도 만들어 냈다. 홍삼이 들어간 초콜릿, 홍삼을 곁들인 나폴레옹 케이크를 통해 홍삼 특유의 향을 줄여서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다.

한국에서도 호불호가 강한 떡과 홍삼 디저트로 시작부터 유명 브랜드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시작은 유명 패션 브랜드 '지미 추'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근성이 한 몫을 했다. 브랜드 행사 코디네이터와 연락이 닿아 많은 미팅 부터 샘플 테이스팅까지 어렵게 통과해서 그 상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메이시스 백화점, 모건 스탠리, 유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보그지 이벤트까지 섭렵 했다. 최근에는 56번째 그래미 어워드 등에서도 그들의 디저트를 올리며 한국의 맛을 알렸다.

한국 음식이 세계 언론에 소개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지난 2009년 미국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 (Gwyneth Paltrow)가 언론에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자 건강식단의 예로 비빔밥을 소개한 적이 있다.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져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화제가 됐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미슐랭 가이드에 몇몇 한식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그 숫자는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이 적다. 음식점 등 자영업자가 유독 많은 우리나라에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창업 도전자들이 문화 격전지 뉴욕에서도 분투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