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폰 미스터리

10명중 7명 충전잔액 1,000원 미만
6개월 지난 미충전 가입자도 62%
이통사 점유율 사수 수단으로 변질


알뜰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선불폰 가입자 가운데 충전금액 잔액이 1,000원 미만인 가입자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불폰 이용자의 대부분이 가입만 해 놓고 사용하지 않거나 전화를 받기만 하고 걸지 않고 있는 셈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원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선불폰 가입자는 약 270만 명으로 지난 2011년의 100만 명보다 2.7배 늘었다. 선불폰은 일반적으로 국내 체류 기간이 짧은 외국인이나 채무상환 능력이 낮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통신요금을 미리 받고 낸 만큼 쓸 수 있도록 한 휴대폰이다.

최 의원이 11개 알뜰폰 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선불폰 가입자 64만명 가운데 충전요금이 1,000원을 밑도는 가입자가 43만명으로 전체의 67%에 달했다. 또 최초 충전 이후 6개월이 경과한 가입자도 62%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선불폰이 '단기 외국인 체류자나 저신용자의 통신서비스 이용'이라는 애초의 취지와 달리 이통사들의 점유율 사수 수단으로 변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돈 몇백 원을 충전해놓거나 6개월 이상 사용할 휴대전화를 굳이 선불폰으로 개통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선불폰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며 "'갑'의 위치에 있는 이통사들이 점유율 사수를 위해 알뜰폰 업체의 선불폰 개통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