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수위의 숙제] ② 정년 60세 연장

기업 부담 가중·청년 고용 위축이 걸림돌
중기 정년 관리 안된 상황서 대기업·공기업 선호 높아져
취업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생산가능 인구 줄어드는 2017년 이후 도입 목소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중ㆍ장년층의 은퇴 후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으로 강제해서라도 실질적인 정년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고령자고용촉진법상의 정년 규정을 만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사업주가 정년을 정할 경우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기업은 사실상 많지 않다. 300인 이상 사업장 중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명기해둔 곳은 전체 2,500여곳의 22% 수준인 410곳에 불과하며 이들의 평균 퇴직 시기는 57.4세다. 소규모 사업장의 퇴직 시기와 정년 이전에 명예퇴직하는 근로자들까지 고려하면 실질 퇴직연령은 만 53세 수준에 그친다.

반면 연금 수급연령은 만 60세 이상으로 설계돼 있다. 올해부터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향후 5년마다 1년씩 올라가 오는 2033년에는 만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대로는 연금을 받기까지 퇴직 후에도 7~10년간을 별다른 소득 없이 버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ㆍ장년층의 정년 연장은 연금 수급연령과 퇴직연령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한편 현재 노후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베이비부머들의 고용을 연장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행 임금제도나 고용제도를 그대로 둔 채 고령자의 정년만 연장하는 방식으로는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정년 연장으로 인해 기업의 고용 여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청년층의 고용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급여 체계는 근속기간ㆍ연공서열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 비율이 매우 높아 근속기간이 긴 중ㆍ장년층의 정년을 늘리는 것은 곧 기업의 고용 부담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또 대기업의 경우 사실상 고령근로자를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정년밖에 없는 상황에서 60세 정년을 강제화할 경우 고용 조정이 매우 힘들게 된다. 이런 상황은 결국 청년 위주의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채용정원이 한정돼 있는 공기업의 경우 이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정원이 한정된 공기업은 기존 정규직 인력이 퇴직하지 않는 이상 신규 충원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공기업 정원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정년 연장 수혜를 우선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대기업ㆍ공기업으로의 청년층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연맹 사회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의 정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 법제화에 따른 수혜는 결국 대기업이나 공기업 근로자만이 누리게 될 것"이라며 "고학력 청년층의 대기업ㆍ공기업 선호도가 더 높아져 취업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 역시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금 같은 상황에 중ㆍ장년층의 정년 연장을 도입하는 것은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도 도입 시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2017년 이후로 가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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