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끌어온 디지털TV(DTV) 전송방식에 대한 논란이 종식된 가운데 기술표준으로 결정된 ATSC 방식을 ‘미국식’이 아닌 ‘한국식’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12일 IT 커뮤니티 사이트인 케이벤치에 따르면 ‘HDTV 사용자모임’은 이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ATSC 방식을 만든 사람도 한국인이고 가장 많은 기술특허를 가진 나라도 한국”이라며 “미국식이라는 명칭을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자”고 주장했다.
이 모임은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백우현 사장이 지난 90년 제안한 핵심기술을 토대로 ATSC 방식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제너럴인스트루먼트(GI)와 퀄컴에서 20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한 백 사장은 DTV 신호의 압축과 암호화 방식을 개발, 세계 최초로 완전한 DTV 규격을 제안한 바 있다. 백 사장은 DTV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권위 있는 에미상과 클라크상을 수상했고 USA투데이는 그에게 ‘DTV의 아버지’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모임은 또 DTV 관련 특허의 33%를 소유하고 있는 한국이 미국(30%), 일본(22%), 유럽(15%) 등에 앞서는 세계 최고의 특허 보유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ATSC 방식의 핵심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LG전자는 “ATSC를 한국식으로 부르면 미국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도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는 게 싫지는 않다는 표정이다. LG전자는 연간 1억달러의 DTV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홍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수석전문위원은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표준화를 미국에서 했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다”며 “차라리 ‘한미식’으로 지칭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식ㆍ유럽식ㆍ한국식의 구분법이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무의미한 것이라며 정확한 기술적 용어로 불러야 옳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