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탄력을 받게 됐지만 국내적으로는 농민들의 반발, 소 값하락 등 큰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서둘러 쇠고기 개방에 따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축산농가의 깊은 시름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한우값 벌써부터 폭락 조짐= 20일 농협의 ‘축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가 발표된 지난 18일 경북 경주 입실 소시장에서 암ㆍ수송아지는 평균 174만원, 181만원에 거래됐다. 전날 대비 8.4%, 7.2% 급락한 시세다. 같은 날 전북 장수 장계에서도 암송아지는 183만원에서 174만원으로 수송아지는 196만원에서 187만원으로 하루 만에 각각 4.9%, 4.6% 하락했다. 최근 소 값은 지난 11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시작된 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현재 전국 암ㆍ수송아지와 암ㆍ수소의 산지 가격은 각각 185만원, 192만4,000원, 472만6,000원, 390만7,000원으로 지난달 평균에 비해 4.6%, 6.8%, 3.9%, 9.4%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4월 18일)과 비교하면 약세는 더 두드러진다. 암송아지와 수소 가격은 1년 전보다 18.5%, 15.2%나 떨어졌고 수송아지와 암소가격도 6.6%, 3.8% 낮아졌다. 쇠고기 개방 충격파가 예상보다 강하게 전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축산대책 무슨 내용 담나=정부는 당장 소 값 폭락에다 최근 원자재 값 폭등에 따른 사료 값 급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축산농가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한우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유통의 투명화, 품질 고급화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우려하는 광우병 검역 대책 등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20일 오후 총리 공관에서 한승수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보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농림수산식품부ㆍ보건복지가족부ㆍ행정안전부ㆍ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해 한우농가 지원대책과 철저한 검역대책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철저한 유통체계의 투명화를 위해 소 이력추적제와 원산지표시제 확대 방안도 거론됐으며 종축 개량 등을 통한 품질 개선, 가축 전염병 방역 강화와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 방안 등도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나온 대책을 바탕으로 21일 당정협의를 열어 종합지원대책을 마련, 발표할 방침이다. ◇ 쇠고기 개방 반발 거세=정부의 다각적인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성난 ‘축심(畜心)’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예산부족 등으로 축산대책이 기존 방안들과 차별화된 획기적 대안을 제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민단체ㆍ시민단체ㆍ야당 등이 합세해 정부의 ‘굴욕 협상’을 한목소리로 질타하는 등 반발이 거세 쇠고기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번 협상 타결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협상 무효화를 주장했고 환경운동연합은 “한미 쇠고기 협상은 정부의 광우병 로비”라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또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19일부터 청와대에서 ‘단식농성’에 돌입, 굴욕적인 한미 쇠고기 협상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민주당 역시 쇠고기 개방은 “협상이 아니라 조공”이라며 정치 쟁점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