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끝내기의 달인

제10보(132~170)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창호에게는 신산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귀신과 같은 계산력. 끝내기의 달인이라는 뜻이다. 그의 스승 조훈현은 이창호의 입단 무렵에 기자들이 이창호의 가능성을 물었을 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계산력과 끝내기는 확실히 나보다 나은 것 같아요." 포석과 행마와 전투력, 기타 모든 능력은 아직 멀었지만 계산력과 끝내기만은 자기를 압도한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몇 년 후에 조훈현은 제자 이창호의 계산력과 끝내기라는 무기 앞에 모든 것을 내주게 된다. 조훈현은 바로 그 부문에 다소 허약했기 때문이었다. 싸움 솜씨로는 조훈현과 대등하다는 이세돌이지만 끝내기에서는 다소 허점을 보여 왔다. 오늘의 이 바둑은 끝내기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백36은 실착. 참고도1의 백1, 3이 반상최대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창호의 흑37 역시 완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좌변의 끝내기에서는 이창호가 크게 후회한 부분이 있었다.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흑55를 이창호는 후회했다. 참고도2의 흑1 이하 9가 완벽한 끝내기 수순이었으며 그 코스를 밟았더라면 확실한 흑승이라는 것이 이창호의 말이었다. 좌변의 흑대마가 덜 살았다는 것이 포인트. 바로 이 사실이 종반에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