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지난 2·4분기 적자폭이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을 대거 반영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대규모 적자를 예고한 바 있지만 손실폭이 '실적 충격' 수준인 만큼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과 함께 국내 조선 '빅3'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대규모 해양플랜트 부실을 털어낸 가운데 유독 대우조선만 굳건히 버티자 업계에서는 '미스터리'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1년이 지난 지금 미스터리는 최악의 실적으로 돌아온 셈이다.
13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2·4분기 영업손실은 1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손실 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우선 2·4분기에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고 나머지는 하반기에 처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조선은 2·4분기 실적 발표를 보통 8월 중순에 하지만 이번 실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큰 만큼 이달 중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지난달 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밀 실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해양 부문에서 상당한 손실이 확인됐다"며 "회계 원칙에 따라 부실을 실적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적 충격을 암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대우조선이 이번 분기에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손실을 예상했지만 실제 규모는 이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행보를 보였다. 대우조선 노사는 지난 3월 전 직원에 200억원가량의 통상임금 소급분을 7월7일 지급하기로 했지만 사측이 이를 무기한 연기하며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 상무급 이상 임원 승진인사는 연말까지 연기됐고 최근 만 59세가 된 1956년생 임원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또 골프장과 연수원 등을 보유한 자회사 에프엘씨(FLC)와 풍력 자회사 드윈드 등 비조선 부문 계열사는 모두 매각 대상에 올랐다. 대우조선의 이런 비상경영은 대규모 손실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도 한 해 영업이익이 전년도의 5분의1로 급감한 반면 대우조선은 나 홀로 성장을 보이며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이 비슷한 빅3 가운데 대우조선만 흑자를 내자 업계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는데 결국 숨겨진 부실이 드러났다.
조선 업계 실적이 급변하는 이유는 수주하고 배를 지어 인도하는 데까지 길게는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조선사는 그때그때 건조 상황을 따져 매출 일부를 반영하고 거기에 알맞게 예정원가를 매겨 영업이익을 산출해 회사의 의지에 따라 분기 실적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배를 인도하는 시점이 되면 해당 선박에 대한 원가와 이익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 대우조선은 올해 하반기 최소 8척, 약 45억달러 이상의 해양플랜트를 인도할 예정인데 지난 1~2년간 무시하던 손실을 막판에 와서야 처리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주산업은 회사 입맛대로 실적 반영시점을 고를 수 있어 제대로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