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뉴리더를 찾아서] 김기호 석유품질검사소 이사장

“가짜휘발유등 稅 탈루 1兆 첨단장비 동원 근절 최선”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가짜석유제품 판매와 소비도 날로 늘고 있습니다. 가짜제품 유통으로 인해 세금탈루액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5월 새로 취임한 김기호(사진) 석유품질검사소 이사장은 “매일같이 유사휘발유와 유사경유 등 가짜 석유제품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휘발유의 경우 소비자가격의 60% 이상이 세금이고, 경유도 약 절반 가량 된다” 며 “세금을 내지 않고 가짜제품을 내다 팔면 막대한 불법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고유가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소비자들도 대담하게 이를 이용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유혹이 크다 보니 일부 주유소들은 첨단시설을 설치, 가짜제품 판매에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이중탱크와 비밀밸브를 만들어 놓고 리모컨을 이용해서 이를 조작해 단속을 피해갔던 주유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능화, 첨단화하는 가짜제품 판매에 대응해 석유품질검사소도 손만 놓고 있지는 않았다. 김 이사장은 “비밀병기를 소개하겠다”며 기자를 창문쪽으로 끌고 가더니 주차장의 차량 한대를 가리켰다. “일반 차량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승용차지만 실제는 ‘비노출 시험검사차량’입니다. 주유소에 자연스럽게 기름 넣으러 가서 주유를 하면 곧장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알 수 있죠”라고 그는 말했다. 히든카드를 쉽게 보여준 이유에 대해 김 이사장은 “단속도 좋지만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이라면서 자금부족으로 차량이 한 대 밖에 없는 사정도 털어놨다. 김 이사장은 “석유제품 시험검사시설까지 포함해 차량 한 대 가격이 8,000만원” 이라며 “저런 게 10대는 있어야 전국을 누빌 수 있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실제 지능화한 가짜제품 판매상들이 전국 곳곳에서 암약하고 일부는 버젓이 대로변에 장사판까지 벌이는 상황이지만 검사소의 인력과 재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주유소의 저장탱크 회전주기를 감안할 때 연간 24회의 검사가 적정수준이지만 인력이 부족해 3~4회에 그치고 있다” 며 “막대한 세금탈루액을 감안하면 인력과 장비를 조금만 더 늘려도 효과가 클 텐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을 지낸 김 이사장은 과거 ‘세녹스 파동’을 예로 들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논쟁 및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고유가로 신규 대체연료의 환경오염과 연료로서의 적정성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질 것” 이라며 “대체에너지 판정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능력을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기관명을 최근 석유품질검사소에서 ‘석유품질관리원’으로 바꾸고 산자부의 최종 승인까지 얻었다. 김 이사장은 “품질검사 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정보화 역량을 강화해 ‘석유품질의 종합정보센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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