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가 예상보다 빨리 100달러에 육박한 것은 국제원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들이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견조한 경제성장 전망으로 인한 수요증가와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인한 공급부족 우려가 유가를‘쌍끌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달러 약세로 인한 투기자금까지 원유시장으로 몰려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유가격의 최소 20%는 투기로 인한 거품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100달러선을 넘어 더 오를지 여부는 수급상황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에 달렸다. 그렇지 않아도 원유생산 확대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5%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석유대체 에너지가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유가의 급등세 지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급불안이 투기세력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유가의 움직임은 공급부족이나 수요증가 예상을 자극할 만한 조그만 힌트만 보여도 이를 상승 쪽으로 즉각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31일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미 원유재고가 전주보다 389만배럴 감소한 3억1,270만배럴로 집계돼 예상 밖으로 감소하자 유가가 하루 4달러 이상 급등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35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인 21명이 이번주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유가가 이번주에 하락할 것으로 본 전문가는 29%에 그쳤고 나머지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이번주 유가 100달러 돌파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럴 경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실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당 등 미 의회 일각에서는 유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현재 6억9,400만배럴 규모인 전략비축유(SPR) 일부를 방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겨울철 난방유 성수기를 앞두고 전략비축유를 방출함으로써 시장에 유가를 하락세로 돌릴 수 있는 신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내년 말까지 비축량을 7억2,300만배럴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현재 하루 5만배럴씩 비축하고 있다. 원유 공급을 좌우할 국제정세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터키와 북부 이라크 쿠르드족과의 충돌 가능성, 이란과 서방의 대립 등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장기적인 수급전망도 불투명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난 2ㆍ4분기 하루 생산량은 3,050만배럴로 이미 3,200만배럴의 생산능력에 근접했다. 신규유전 발견의 어려움과 기존 유전시설의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공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고유가로 인한 석유소비 감소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100달러 시대의 도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