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0% 감축한다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이에 앞선 2005년에 EU 내 공장에서 연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제한하겠다면서 그 정책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했다. 온실가스를 정한 양보다 더 배출할 경우 그만큼 배출권을 사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9년 "2020년 한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후 국회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저탄소협력금제도' 등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 목표들이 전 세계 산업계와 각국 국민 생활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꼼꼼히 따져본 흔적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온실가스야말로 악(惡)이라는 선입관이 모두를 지배하면서 감축이라는 정책 목표에 누구 하나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2012년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화석연료를 모두 태울 경우 2,860기가(1기가=10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3도 이상 상승할 수 있는 수치다. 이에 앞서 2010년 칸쿤 기후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합의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17일자)에 따르면 이런 기준에 맞추려 할 경우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3년에서 2050년 사이에 80% 확률로 900기가톤, 50% 확률로는 1,075기가톤 안팎이어야 한다.
이 같은 추정 모델은 전 세계 에너지 산업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국영기업들을 제외하고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전 세계 민간 에너지 기업들은 전체 부존 화석에너지의 약 4분의1을 소유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762기가톤으로 현재 개발 중인 것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1,500기가톤가량을 배출할 것으로 추산한다.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목표 기준을 밀어붙일 경우 민간 에너지 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는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민간 에너지 산업이 파산으로 몰리든지, 아니면 정부가 2도 상한선의 국제협약을 포기하든지 둘 중의 하나다. 파산으로 몰릴 경우 기존 민간 투자분은 사실상 매몰비용이나 다름없게 된다. 현명한 투자자들이 사전에 투자회수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는 또 다른 에너지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위기의 진폭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와 별도로 기후변화가 인류사회에 위기를 초래하리라는 이론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일 뿐이라는 주장에도 눈을 돌려볼 가치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700만명의 인구가 공기오염으로 사망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는 공해 요인이 아니다. 아무리 비관적 추정을 하더라도 기후변화가 앞으로 100년간 이 정도 규모의 인명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온실가스 감축만이 기후변화의 충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환경 적응과 농업 진흥에의 역이용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한다. 환경보호론자들의 열대우림 파괴 방지 노력에 부합하듯 지금 지구 전체의 녹지화에 공헌하는 것은 이산화탄소다. 이런 '트레이드오프'는 여태껏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대체에너지는 규모의 생산이나 지리적 여건, 에너지 생성의 불연속성 등의 제약조건을 지닌다. 이런 탓에 기존 화석연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리더라도 2040년께 대체에너지 비중은 5%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에너지 업계의 추산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운, 그리고 언제든지 생산 가능한 에너지다. 원자력발전만을 대체에너지 그룹에서 빼놓는 것도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어느 누구도 일부러 지구를 뜨겁게 만들려 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정당한 이유다.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최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작업도 빠뜨릴 수 없다. 다만 현존 정책은 머지않아 물리적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온실가스 정책의 재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