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지난 해 가장 인기 있는 모델로 김정은이 선정됐다. 김정은은 지난 해 초 비씨카드 광고에 등장, 일약 스타로 발돋움 했다. 일본 삿포로의 설원에서 깜찍한 모습으로 말하는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는 당시 장안의 화제였고 새해 덕담으로 그만이었다. 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진짜 부자 한 번 되기를 기원했다. 그 중에는 광고카피 처럼 정말 부자가 된 사람도 있었을 게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화두가 연초부터 유행하고 있다. `인생역전`이다. 지난 해 말 등장한 로또 복권이 등장하면서 나온 말이다. 약간은 모자란 듯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송강호가 로또 복권을 들고 인생역전을 말하고 있다. `45분의 6이 인생을 역전시켜 줍니다.` 마치 인생역전의 확률이 45분의 6이면 된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 로또 복권 1등에 당첨할 확률은 860만분의 1이다. 가히 천문학적 확률인 셈이다. 이 때문에 회사마다 월요일이면 로또 이야기가 최대 화제다. 누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등, 아깝게 숫자 하나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는 등등. 인터넷에서는 로또동호회가 결성되고 로또 계까지 등장했다. 지난 주말에는 편의점을 습격해 복권을 훔친 털이범이 잡히는 경우까지 생겼다. 주택복권의 당첨금 3억원은 이제 우스운 얘기처럼 들리곤 한다. 물론 복권은 사행심을 조장하고 중독증이 심하다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복권의 긍정정인 요소도 적지 않다. 복권이 삶의 활력소다. 쳇바퀴 같은 일상생활에 찌들은 서민들에게 희망의 즐거움을 주고있다. 최근 네티즌들의 설문에서도 복권이 `희망과 재미를 주는 레저행위`라며 찬성한 응답이 40.9%를 차지했다. 흔히들 복권을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고 말한다. 로또복권은 쌀 한 되씩을 모아 만석지기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2,000원의 투자로 인생역전을 그리며 일주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복권은 서민들에게는 즐거운 오락중의 하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치지 않는다면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는 속담을 음미하면서. 다가오는 설 덕담으로 `인생역전` 만큼 좋은 말이 있을까. <강창현(성장기업부 차장) chkang@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