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부채의 의미

신병일 삼정KPMG 위험관리총괄
부대표

기업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지를 진단할 때 부채규모나 부채비중의 증가와 감소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의 비중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이 기업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부실감사 방지 차원에서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를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지정기준 중에 동종업종보다 부채비율이 일정비율 이상 높은지 여부도 중요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의 재무상태를 보여주는 재무제표는 자산·부채·자본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채의 절대 규모와 부채의 비중이 기업의 재무상태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 모든 부채를 앞으로 '갚아야 할 돈'으로 이해하는 것은 조금 단순한 접근일 수 있다.

부채항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크게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은 확정부채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갚아야 할 돈으로 대표적으로는 외상매입금·차입금 등이 해당 된다. 이 확정부채는 가계부채를 얘기할 때의 부채와 동일한 개념이다. 확정부채는 언제, 누구한테,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가 모두 확정돼 있다. 내년 3월 말 A은행에 1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차입금처럼, 원재료를 외상으로 구입하고 내년 1월말 B거래처에 10억원을 갚아야 하는 외상매입금처럼 갚아야 할 돈이 확정된 것이다.

둘째는 충당부채다. 이는 현금이 나갈 가능성이 높은 의무이나 거래상대방과의 계약에 의해 확정된 것이 아닌 부채다. 따라서 회사가 현금 등으로 갚아야 할 가능성을 추정해 산출한다. 대표적인 충당부채가 제품을 판매하면서 내년 이후에 사후관리(AS) 등으로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추정한 판매보증충당부채와 아파트 분양시 입주 이후 하자 발생 때에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추정한 하자보수충당부채 등이다.

이 충당부채는 누구한테, 언제, 얼마가 지출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출될 가능성이 지출되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은 경우에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추정해 부채로 계상한다. 이 금액은 매년 결산시 추정의 상황이 변경되는 경우 충당부채금액 자체가 변경된다.

마지막으로는 이연수익이 있다.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돼 부채 중의 하나로 간주되는 항공사나 백화점 등의 마일리지 포인트가 이에 해당한다. 즉 백화점이 정가 100만원인 가방을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10만원 가치의 마일리지 포인트를 지급했다면 가방은 고객이 바로 사용하지만 포인트 10만원은 아직 고객이 사용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고객이 이를 사용하는 시점까지 백화점이 미리 받은 것으로 보아 이연수익이라는 부채로 기록하는 것이다. 즉 이연수익이라는 부채는 미래에 갚아야 할 돈이 아니고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채로 제품을 판매하기로 하고 판매대금 일부를 미리 받는 경우 기록하는 '선수금'이라는 부채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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