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없는 은행이 온다] 지문·얼굴·손동작 등 생체인식부터 반지·시계 웨어러블 기기 속속 등장

■ 지불결제기술 어디까지 왔나
생체인식은 단말기 가격 높고 보안 다소 취약 상용화 걸림돌
웨어러블 기기는 시장전망 밝아


#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단말기에 손가락을 찍어 결제한다. 일부 학부모가 자녀 인권, 정보관리 안정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신속하게 결제가 이뤄지고 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안전하고 유용해 지문결제가 도입됐다.

# 삼성전자는 내년 초 신형 스마트워치에 간편결제기능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설치된 가맹점을 방문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해당 단말기에 터치만 하면 재화·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문부터 시계까지 기존 지불결제수단(카드·현금)을 뛰어넘는 지불결제기술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얼굴·정맥·홍체 등 생체인식을 이용한 지불결제부터 반지·손목밴드 등 웨어러블기기 결제까지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신개념 결제'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핀란드의 유니클사는 세계 최초로 얼굴인식 지불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고객이 지갑·카드·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한 환경을 구현한 셈이다. 미국 시크릿 핸드셰이크사는 손동작 인식창치 립 모션을 이용해 비밀번호 대신 손동작으로 지불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스웨덴의 퀵스터사는 정맥인식, 스페인의 페이터치는 지문인식 결제 시스템을 각각 개발하는 등 생체인식 결제기술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얼굴·손동작과 같은 신체인식뿐만 아니라 RFID(근접만으로 상품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통신기술)가 부착된 반지·손목밴드 등을 결제단말기에 접근시켜 결제할 수 있는 방법도 이미 등장했다.

미국 MIT 학생이 RFID 칩을 부착해 만든 반지나 바클레이카드가 같은 칩을 달아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손목밴드, 캐나다 바이오님의 팔찌 등이 대표적 사례다.

생체인식, 웨어러블 결제 시장의 전망은 밝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생체인식기술 관련 시장은 오는 2016년까지 96억달러(약 10조4,467억원)로 확대되며 한국은 2억6,000만달러(약 2,829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웨어러블기기 시장이 올해 33억달러(3조5,910억원)에서 2017년에는 60억달러(6조5,292억원)까지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생체인식 내지 웨어러블기기 지불결제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이다.

생체인식기술은 별도 기기를 휴대할 필요가 없어 편의성이 높지만 생체인식을 위한 단말기 가격이 높게는 100만원에 달해 널리 보급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얼굴인식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얼굴인식기술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FERET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유니클사의 얼굴인식 성공 비율은 96.8%지만 부정인식률은 0.01%로 완벽한 보안을 갖췄다고 말하기 어렵다.

반면 웨어러블기기는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시계·반지·손목밴드 등은 착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에 더해 기설치된 NFC 단말기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업계에서 휴대폰의 유심 칩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카드 결제를 위해 NFC 단말기를 7만곳(추정치)에 설치해놓은 상태다.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 선임조사역은 "웨어러블기기는 기존 NFC 결제단말기와 호환성이 높아 해당 단말기 보급률이 높을수록 대중화에 유리하다"면서 "향후 NFC 단말기 보급률을 높이고 분실에 따른 부정사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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