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내달부터 하루 200만 배럴 증산
증산규모 기대 못미쳐… 美 WTI 배럴당 40弗선 재돌파
"증산 규모 미흡" 시장불안감 여전
수요-공급 베일속… "예측도 허상"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당초 기대와는 달리 하루 원유증산규모를 200만배럴로 제한함에 따라 국제원유시장에서 수급불균형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등 국제원유가격은 다시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전세계적인 경기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3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회의를 갖고 공급 확대를 통한 원유가격 안정을 돕기 위해 하루 원유생산량을 200만배럴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OPEC은 일단 7월1일부터 하루 생산량을 200만배럴 늘려 총 2,5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한 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오는 8월 50만배럴을 추가로 증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등 일부 회원국은 250만배럴의 증산을 주장했으나 이란, 베네주엘라 등 다른 회원국들은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증산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OPEC은 증산규모를 200만배럴로 축소하되 8월에 50만배럴을 추가로 증산하는 방향으로 타협안을 마련했다.
OPEC 관계자는 "일부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한꺼번에 250만배럴을 증산하기 보다는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와 이처럼 두 단계로 나눠 증산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OPEC의 증산규모가 수급불균형을 시정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개장과 함께 오름세를 보이며 장중 한때 전일보다 91센트 오른 배럴당 37.77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또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WTI 7월 인도분은 개장과 함께 배럴당 40달러선을 돌파했다.
프루덴셜 배치 인터내셔널의 석유거래중개인 토니 마차섹은 "OPEC의 증산 규모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데다 시장에서 사우디 테러에 대한 망령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 수급불안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원유전문가들은 OPEC이 하루 생산량을 200만배럴 늘리기로 했지만 이는 실제 생산량보다도 적은 수준으로 유가안정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현재 OPEC 회원국들이 실제로 생산하는 물량은 정해진 쿼터보다 230만배럴 가량 웃돌고 있기 때문에 OPEC의 증산 결정은 생색내기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년간 원유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별로 이뤄지지 않아 당장 대규모 증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세계경제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은 물론 미국 등의 경기회복으로 원유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고유가추세는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원유 수요가 올 여름 8,020만배럴에서 4분기에는 8,250만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레드릭 라세 SG경제연구소 상품조사실장은 "OPEC이 증산하더라도 가격안정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문재 기자 timothy@sed.co.kr
입력시간 : 2004-06-03 17:18